하얀 만년설로 덮인 융프라우에서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한국 라면을 끓여 먹는 모습. 알프스, 융프라우하면 생각나는 광고 장면 중 하나다. 하지만 머지 않아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알프스까지 녹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바젤대학의 사빈 럼프(Sabine Rumpf) 교수 연구팀은 2일(현지시간) 지구온난화로 알프스산맥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녹지가 돼 가고 있다고 사이언스지(Science)에 발표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우주에서도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해상도 위성데이터에 따르면 알프스 수목선 위 식생면적은 1984년 이후 77% 증가했다. 연구진은 빙하의 후퇴가 단순히 고산지역에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속도를 상징한다면, 식물 바이오매스의 증가는 '매우 거대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산악지역은 세계 평균보다 약 2배 빠르게 기온이 오르고 있다. 기온상승과 강우량 증가로 식물이 퍼지고 키가 커지고 있으며 성장기도 길어지고 있다. 만년설은 줄어들어 수목선 위 적설량이 10% 미만까지 심각하게 손실됐다.
알프스의 녹지화는 탄소격리를 증가시키는 한편 영구동토층 해빙, 알베도효과 감소(적설량의 감소로 햇빛반사율 감소), 서식지손실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논문의 주 저자인 사빈 럼프 교수는 알프스의 독특한 생물다양성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산식물들은 환경적응력이 뛰어나지만 경쟁력이 떨어져, 낮은 고도에서 올라온 고위도 식물군에 위협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생장이 수월한 환경이 갖춰지면 더 낮은 고도에서 온 번식력 강한 식물들에 의해 고산식물들은 밀려나가는 것이다.
특히 눈이 녹아 생겨난 녹지는 햇빛반사율이 떨어져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이로 인해 반사성 눈 덮개가 더 빠르게 더 줄어든다. 연구진은 알프스 녹지 면적이 증가하면서 온난화 및 눈이 녹는 속도도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온난화는 또 빙하 및 영구동토층을 빠르게 녹여 산사태, 낙석 및 이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앙투안 구이산(Antoine Guisan) 스위스 로잔느대학 교수는 "이전 위성데이터의 분석은 해상도 부족 혹은 고려된 기간이 너무 짧은 것 등의 이유로 이러한 추세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관측된 데이터는 눈의 깊이 변화까지는 감지하지 못했으나, 지상에서 측정한 결과 수년간 낮은 고도 기준 눈의 깊이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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