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했던 알프스 빙하 '와르르'...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7-05 12:22:44
  • -
  • +
  • 인쇄
평소 0℃였던 꼭대기 기온 사고전날 10℃ 기록
붕괴사고 현장 인근 빙하 70년전보다 85% 줄어
▲오스트리아와 접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맥의 지맥 돌로미티 산맥에 위치한 마르몰라다 빙하가 붕괴한 4일(현지시간) 푼타로카 정상을 촬영한 사진. 이탈리아 당국은 붕괴 원인을 며칠째 이어진 폭염으로 추정하며 이번 사고로 최소한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최소 7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돌로미티 산맥의 빙하붕괴 원인이 기후변화로 지목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4일(현지시간) 돌로미티 산맥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 빙하 붕괴 현장을 둘러보며 이번 사고에 대해 "의심할 나위없이 기후환경의 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곳의 빙하는 지난 3일 붕괴되면서 최소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구조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상자는 8명, 실종자는 13명에 이른다.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르몰라다산은 오스트리아와 접한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자치주에 걸쳐있는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이다. 해발 3343m의 마르몰라다산은 한여름에도 만년설이 정상을 덮고 있다. 특히 마르몰라다산의 빙하는 특유의 견고함 때문에 '기후가 남긴 화석', '잔잔한 빙하' 등으로 불렸고,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더라도 붕괴하지 않고 조용하게 후퇴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었다.

그런데 지난 3일 견고하기로 유명하던 빙하가 난데없이 무너지면서 여름 더위를 피해 마르몰라다산을 찾은 등반객들을 덮쳤다. 무너진 빙하의 파편은 붕괴 전조도 없이 떨어져 나와 시속 300km로 낙하했고, 등반객들은 무방비 상태로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빙하 파편의 크기는 폭 200m, 높이 80m, 깊이 60m에 달했다.

정확한 붕괴 원인은 규명중이지만, 사고 하루전 마르몰라다산 빙하 꼭대기 기온은 10℃로 관측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 또 지난 1954년에 비해 마르몰라다산의 빙하가 85% 줄어들었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포울 크리스토페르센(Poul Christoffersen) 빙하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은 해빙수가 다시 얼음으로 굳어질 때 '응고열'이 발생하면서 빙하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하고, 이 작용이 산맥과 빙하가 맞닿아 있는 빙하 하단의 바위 부근에서 발생하면 빙하가 들어올려지면서 급작스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생태계 교란 및 제반시설 약화를 야기하는 10대 위험요소 가운데 하나로 만년설과 빙하 등의 '해빙 현상'을 꼽았다. 특히 이번 세기말에 이르면 스칸디나비아 반도, 유럽 중부, 카프카스 산맥 등지에 위치한 빙하의 60~80%가량이 소실될 전망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부 유럽의 지중해 분지 지역은 폭염, 물부족 등에 특별히 더 취약한 '기후변화 핫스팟'으로 지정됐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까 대학교의 빙하학자 조반니 바꼴로(Giovanni Baccolo)는 "피서지로 빙하 산맥을 선택하는 등반객들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더이상 빙하로부터 읽을 수 있는 전조 증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우리금융, 글로벌 ESG 투자지수 'FTSE4Good' 편입

우리금융그룹이 글로벌 ESG 투자 지수인 'FTSE4Good'에 신규 편입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지수 편입을 통해 우리금융은 글로벌 투자자와 소통을 더욱 강

KT, 생물다양성 보전 나선다...수달서식지 '원동습지'에서 첫 활동

KT가 습지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활동에 나선다.이를 위해 KT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이스트에서 국립생태원과 기후변화로 급감하고 있

기후/환경

+

극과극 날씨 패턴...중부는 '물폭탄' 남부는 '찜통더위'

13일 우리나라 날씨가 극과극 상황을 맞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호우특보가 발령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반면 남부지방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북극이 스스로 지구온난화를 늦춘다?..."기후냉각 성분이 방출"

북극에서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자연적 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북극은 온난화 속도가 중위도보다 3~4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 다시 찾아온 장마...이틀간 수도권 최대 200㎜ '물폭탄'

13~14일 이틀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겠다.남쪽에서 북태평양고기압과 제11호 태풍 '버들'이 밀어올리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경기도, 호우 대비 13일 오전 6시 '비상1단계' 발령

13일 오전부터 14일 오후까지 경기도 전역으로 낙뢰와 돌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는 13일 오전 6시부로 재난안전대책본

확진자가 1만6500명...기후변화로 태평양 섬나라 '뎅기열' 급증

기후위기로 모기 매개 감염병인 뎅기열이 태평양 국가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국가비상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1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태평양 섬나라

부글부글 끓는 지중해...유럽 전역 산불과 40℃ 폭염에 '신음'

유럽 전역이 역대급 폭염과 산불에 신음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4세 어린이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프랑스에는 대형 산불로 인한 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