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 현장 인근 빙하 70년전보다 85% 줄어
최소 7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돌로미티 산맥의 빙하붕괴 원인이 기후변화로 지목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4일(현지시간) 돌로미티 산맥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 빙하 붕괴 현장을 둘러보며 이번 사고에 대해 "의심할 나위없이 기후환경의 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곳의 빙하는 지난 3일 붕괴되면서 최소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구조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상자는 8명, 실종자는 13명에 이른다.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르몰라다산은 오스트리아와 접한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자치주에 걸쳐있는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이다. 해발 3343m의 마르몰라다산은 한여름에도 만년설이 정상을 덮고 있다. 특히 마르몰라다산의 빙하는 특유의 견고함 때문에 '기후가 남긴 화석', '잔잔한 빙하' 등으로 불렸고,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더라도 붕괴하지 않고 조용하게 후퇴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었다.
그런데 지난 3일 견고하기로 유명하던 빙하가 난데없이 무너지면서 여름 더위를 피해 마르몰라다산을 찾은 등반객들을 덮쳤다. 무너진 빙하의 파편은 붕괴 전조도 없이 떨어져 나와 시속 300km로 낙하했고, 등반객들은 무방비 상태로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빙하 파편의 크기는 폭 200m, 높이 80m, 깊이 60m에 달했다.
정확한 붕괴 원인은 규명중이지만, 사고 하루전 마르몰라다산 빙하 꼭대기 기온은 10℃로 관측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 또 지난 1954년에 비해 마르몰라다산의 빙하가 85% 줄어들었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포울 크리스토페르센(Poul Christoffersen) 빙하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은 해빙수가 다시 얼음으로 굳어질 때 '응고열'이 발생하면서 빙하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하고, 이 작용이 산맥과 빙하가 맞닿아 있는 빙하 하단의 바위 부근에서 발생하면 빙하가 들어올려지면서 급작스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생태계 교란 및 제반시설 약화를 야기하는 10대 위험요소 가운데 하나로 만년설과 빙하 등의 '해빙 현상'을 꼽았다. 특히 이번 세기말에 이르면 스칸디나비아 반도, 유럽 중부, 카프카스 산맥 등지에 위치한 빙하의 60~80%가량이 소실될 전망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부 유럽의 지중해 분지 지역은 폭염, 물부족 등에 특별히 더 취약한 '기후변화 핫스팟'으로 지정됐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까 대학교의 빙하학자 조반니 바꼴로(Giovanni Baccolo)는 "피서지로 빙하 산맥을 선택하는 등반객들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더이상 빙하로부터 읽을 수 있는 전조 증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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