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횡령' 삼양식품은 '우수' 단계인 'A' 받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2021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등급을 전년보다 상향하면서 평가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CGS는 2021년 ESG 평가에서 남양유업의 전체 등급을 'B+'로 매겼다. 환경부문과 지배구조는 작년과 동일하게 'B+'를, 사회부문에서는 B에서 한단계 높은 B+를 줬다. KCGS의 등급은 'S, A+, A, B+, B, C, D' 순으로, S등급을 받은 기업이 없기 때문에 남양유업은 사실상 세번째 높은 등급을 받은 셈이다.
남양유업의 KCGS 등급을 보면 올 상반기까지는 3개 부문 모두 'B+'였다가 7월 한차례 조정을 받아 사회부문이 'B'로 내려갔다. 이유는 불공정 마케팅과 경쟁사 비방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이라는 허위 마케팅 사태가 원인이다.
허위 마케팅으로 불거진 남양유업의 경영리스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홍원식 회장이 당시 눈물을 흘리며 오너 일가의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한 '악어의 눈물'에 불과했다. 현재까지 상황은 지분 매각은 물론 경영권을 포기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CGS는 2021년 전체 평가에서 남양유업의 사회부문 등급을 'B'에서 'B+'로 원상복귀시켰다. 이에 ESG 관련 기관이나 식음료 업계에서는 어떤 이유로 등급이 상승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평가에 의문이 제기되는 또다른 기업으로 삼양식품이 있다. 삼양식품의 등급은 지난해 'B'에서 올해 'A'로 두단계 올랐다.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은 'A', 사회 부문은 'A+'다.
많은 기업들처럼 삼양식품도 올해초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위원장을 맡은 인물로 인해 'ESG워싱' 논란이 일었다. 위원장으로 전인장 전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총괄사장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전 전 회장과 김 사장은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20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과 징역 2년형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 사장은 대법원의 유죄판결에 따라 이사직에서 사임했지만 1여년만에 법무부 승인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사내이사로 복귀함과 동시에 ESG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때문에 오너 일가의 복귀를 위해 ESG를 앞세운 것이라는 논란이 인 것이다.
삼양식품은 이후 공정거래, 협력사 동반성장, 친환경 포장재 도입, 신재생에너지 도입 추진 등 ESG와 관련된 자료를 지속적으로 배포했다. 하지만 'ESG워싱' 논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삼양식품의 ESG 활동이라는 것들은 다른 기업들과 큰 차별이 없다. 심지어 삼양식품은 아직 '지속가능경영보고서'조차 한번 발간한 적이 없다.
이런 기업에게 KCGS는 세번째로 높은('S' 등급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두번째) 그리고 '우수' 평가로 분리되는 'A' 등급을 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ESG 전문가는 "두 회사의 평가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런 논란들이 자꾸 생기면 ESG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평가기관들이 개별 기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는지 기준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며 "아울러 민관이 힘을 합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가 기준 지표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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