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술원료·재활용 산업 직원안전 취약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친환경 일자리'. 친환경 일자리라고 하면 나무를 가꾸거나 티끌하나 없는 전기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리 안전하고 깨끗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각국 정치인들이 이달말 개최 예정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녹색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지만 '환경에 좋은' 일자리가 꼭 '직원에게 좋은' 일자리를 뜻하지 않는다고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20년간 청정에너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구리,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광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전세계 코발트 생산량 70%, 저장량의 50%를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은 코발트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코발트 채굴장 주변 노동조건은 열악하고, 아동노동력 착취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문제는 이러한 일자리조차도 풍력터빈 날개를 제조하는 일과 같은 '녹색 일자리'로 분류되면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유럽 산업안전보건청(EU-OSHA)은 "우리는 '녹색'을 안전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환경에 좋다고 해서 항상 친환경 직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으로 알려진 재활용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영국 보건안전청(HSE)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산업부문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사례가 전체 산업 평균 대비 17배 높았다. 게다가 재활용 산업 종사자들은 고농도의 먼지와 내독소(체내에 보유되어 균체 밖으로 독소가 분비되지 않는 독소)에 노출되고 있으며 100명 가운데 84명꼴로 직업과 관련된 피부, 호흡기, 소화기, 근육 질환을 겪고 있다.
FT는 재활용 분야 중 가장 문제가 심각한 예시로 전기·전자폐기물 재활용 부문을 짚었다. 전기·전자폐기물은 제도권 안에서 처리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납, 수은, 브롬계 난연제 등 다수의 독성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납과 카드뮴에 지나치게 노출된 나머지 옷과 머리카락에 유해물질이 남아있었고, 그들을 맞이한 자녀들이 납중독에 걸린 사례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위험한 전기·전자폐기물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보내져 비공식적으로 재활용 처리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17.4%만 제도권에서 재활용하고 있고, 83%는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어떤 식으로 재활용되는지 알 수 없다"며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건강이 보호돼야 하고, 오염 원인자인 배출자와 생산자가 책임을 져야 된다"고 밝혔다.
FT는 앞으로 각국의 탄소중립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이같은 사례는 늘어만 갈 것이라며 생산자들이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해체 가능하고 안전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노동자들에게 메뉴얼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당국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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