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가 신규 산림벌채지에서 생산된 상품을 수입·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유럽연합 산림벌채규정(EUDR)' 채택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환경단체들이 금융권도 규제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영국 기후 비영리단체 글로벌 캐노피(Global Canopy)는 "금융산업이 EU의 산림벌채 규제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허용하는 것은 실수"라며 "우리는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이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 진전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금융권도 EUDR 규제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EUDR은 수입업체들이 해외에서 수입되는 상품이 신규 산림벌채지에서 생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EU는 세계 최초로 산림벌채 실사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또 지난해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2030년까지 산림벌채를 끝내기 위한 협약이 채택되기도 했다. 유럽연합(EU)는 이 여세를 몰아 'EUDR' 채택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산림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금융권에서 조달되지 못하도록 봉쇄하려면 EUDR에 금융권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엠마 톰슨(Emma Thomson) 글로벌 캐노피 산림벌채 담당자는 "금융기관은 국제 공급망을 변화시킬 힘이 있지만 정작 자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실제로 글로벌 캐노피가 다국적 대기업과 금융업계를 추적한 결과, 500개 주요 기업들이 전세계 산림파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기관들은 산림파괴를 가장 많이 자행하는 기업에 6조달러 이상의 자금을 제공했고, 이 금융기관 가운데 55%는 산림파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
산림파괴는 전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에 톰슨 담당자는 "세계 산림의 파괴는 기후와 생물다양성,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위기"라며 "기업과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행동을 거부할수록 악영향은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업계는 지난 2021년 열린 COP26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또 이듬해 200여국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협약을 통해 금세기말까지 자연손실을 막고 되돌리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따라서 금융업계들을 대상으로 "말뿐인 환경보호가 아닌 실질적인 역할을 하라"는 목소리가 EUDR 채택을 앞두고 나오는 것이다.
니키 마르다스(Niki Mardas) 글로벌 캐노피 이사는 "산림벌채는 10년 넘게 국제사회에 주목을 받고 수많은 참여 시도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벌채에 자금을 지원하는 업계가 공개적인 산림파괴 금지 약속을 단 한 건도 만들지 못한 것은 놀랍다"고 비판했다. 그는 "산림벌채를 끝내지 않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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