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NOW] '오비맥주' 실종된 ESG목표...사법리스크 때문?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3 08: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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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 보고서들은 내용상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각 기업들이 발간한 보고서를 토대로 해당 기업의 취재를 거쳐, 현 시점에서 각 기업의 ESG경영을 진단해보자 한다. [편집자주]  

▲오비맥주의 '카스' 이미지


올해까지 제품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호기롭게 발표했던 오비맥주가 '관세포탈' 등 기업리스크가 불거진 탓인지 올해가 석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재생에너지 전환율 RE100은 고작 한자리에 머물고 있다.

벨기에의 주류업체 AB인베브(InBev)가 주인인 오비맥주는 협력사가 맥아를 수입하는 것처럼 꾸며 165억원에 달하는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법인뿐 아니라 대표이사 등 경영진 10명이 올 6월 재판에 넘겨졌다. 대표가 기소되자, 오비맥주는 40대 중국인 저우유를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시켰다. 기소된 벤 베르하르트(배하준)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대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지난해부터 관세 포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데다, 올해는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으면서 회사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신 듯 난장판이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서 법인세 탈루혐의까지 나온다면 '기업 리스크'는 더 커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모회사 AB인베브에게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삼고 있다. 여기에 협력업체까지 연루돼 있다보니, 공급망 탄소감축은커녕 지난 2020년 파격적으로 내걸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다.

이에 본지는 오비맥주가 내걸었던 ESG 목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그리고 답변서를 토대로 ESG 현주소를 점검해봤다.

▲오비맥주의 공장별 재생에너지 사용비율 ©newstree

◇ 올해까지 RE100 100%?···아직 한자리수 머물러

오비맥주는 올해까지 생산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로선 다소 파격적인 행보였기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5년동안 전환율은 한자리수에 머물고 있다. 올해가 석달 남았는데 100% 목표달성은 이미 물건너갔다. 오비맥주가 밝힌 올 2분기 기준 공장별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광주가 14.7%, 청주가 3.0%, 이천이 4.1% 정도다. 평균 7% 수준이다.

물론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는 것이 쉽지않다. 무엇보다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물량확보도 어렵고 발전단가도 너무 높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REC(재생에너지 인증서)와 PPA(전력구매계약)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여건과 제약을 감안하더라도 오비맥주의 이행률은 너무 저조한 편이다. 동일한 여건인데도 다른 기업들은 공장단위로 전환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이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감축 성과 역시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오비맥주는 물류 지게차와 영업차 교체를 통해 연간 2004tCO₂e의 탄소를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2024년 기준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약 29만5000tCO₂e의 1%에 불과하다. 목표로 내걸었던 25%에 한참 못미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제자리걸음이다. 올해말까지 25% 감축 역시 불가능해졌다.

플라스틱 포장재 절감 노력은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오비맥주는 2020년에 1400톤에 달했던 스트레치 필름 사용량을 2024년에 1200톤까지 줄여 약 14%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가 밝힌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하면 포장 부문 배출강도는 2020년 12.9kgCO₂e/hl에서 2024년 13.2kgCO₂e/hl로 오히려 높아졌다. 플라스틱 절감에도 불구하고 다른 자재 배출계수나 생산량 증가로 배출강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가 추산한 캔 출고량과 포장재 사용량 사이에도 괴리가 크다. 오비맥주가 밝힌 연간 사용량은 1400톤이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50%라는 사실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캔 출고량은 15억개로 추산된다. 1캔당 사용된 필름을 2.5g으로 계산하면, 전체 캔에 사용된 플라스틱 포장재는 약 3만7000톤으로 산출된다. 이 차이가 필름 종류에서 비롯된 것인지, 산정기준에서 비롯된 것인지 불분명하다. 공개된 ESG 데이터의 불투명성이 다시 드러나는 대목이다.

농부 지원과 수자원 확보 역시 구체적 수치가 없다. 오비맥주는 "맥주 생산 농부 100% 숙련과 재정적 안정"을 내걸었지만, 실제 답변에서는 "글로벌 기준 95% 농가 안정성 확보"라는 모호한 수치만 제시됐다. 국내 농가의 참여 규모, 교육 이수율, 소득 변화 등은 확인할 길이 없다. 수자원 관리에서도 "2017년 대비 물 사용 효율을 18% 절감했다"는 성과만 공개됐을 뿐, 국내 공장별 수치나 절수·재활용률은 빠져 있다.

결국 오비맥주가 내세운 RE100 100% 목표는 선언에 그치고 말았다.

◇ 선언에 그친 ESG···핵심지표는 모두 '비공개'

오비맥주의 ESG 지표는 투명하지 않다. 핵심지표 대부분이 '대외비'라는 이유로 가려져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목표 달성률, 공급망 배출감축 진척률, 포장재 재활용 원료비중 등은 아예 수치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외국계 기업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목표를 제시한만큼 이행률을 공개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오비맥주의 ESG 항목별 현황 ©newstree

오비맥주의 '깜깜이' 전략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공장 단위 성과 지표를 공개하는 것과 대비되고 있다. ESG는 더 이상 기업 홍보수단이 아니라 실제 경쟁력과 직결되는 지표라는 점에서, 오비맥주의 '나몰라'식 태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ESG 전문가는 "목표만 내세우고 성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그린워싱'이다"라며 "과거와 달리, 요즘 소비자들은 가치에 중심을 두는 소비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겉다르고 속다른 기업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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