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밤새 지옥이 펼쳐졌다...홍콩 7개동 아파트가 동시에 '활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7 14:56:04
  • -
  • +
  • 인쇄
▲지난 26일 오후 홍콩 북부 타이포구역의 고층아파트 단지가 화재에 불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콩에서 2000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단지가 통째로 불타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홍콩 성도일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52분경 홍콩 북부 타이포(Tai Po) 구역의 32층짜리 주거용 아파트단지 '웡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총 8개 동 가운데 7개 동 건물에서 불이 났다. 4개 동은 약 10시간만에 겨우 진화됐고, 3개 동은 불이 난지 약 16시간이 지난 후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홍콩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2시51분 신고를 접수받고 오후 3시2분에 경보 3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오후 3시34분 4단계, 오후 6시22분경 최고등급인 5단계로 경보를 격상했다. 5단계 경보는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이번 화재로 현지시간 오전 8시15분 기준 소방관 1명을 포함해 44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된 인원 가운데 중태에 빠진 사람도 45명이고, 아파트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는 무려 279명에 달해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촬영된 영상과 사진을 보면 밀집한 아파트 건물 전체가 거대한 불기둥이 되며 '지옥'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SCMP는 27일 새벽까지도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공기 중에는 잿가루와 불탄 플라스틱의 악취가 퍼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재로부터 대피해 생존한 아파트 주민은 불에 타는 소리를 처음에는 폭죽 소리로 여겼다고 전했다. 거주자 가운데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는 고령 주민이 많은 데다,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화재 규모가 최악으로 치달은 원인으로는 밀집형 구조의 노후건물 그리고 건물에 설치된 보수공사용 '대나무 비계'와 가연성 소재들이 지목됐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1983년 준공돼 올해 42년이 된 노후한 공공아파트 단지다. 2021년 홍콩 인구조사에 따르면 총 주민은 1984세대 4643명이고, 이 가운데 36.6%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불이 빠르게 번진 만큼 고령 거주자들의 대피가 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40년이 넘은 건물은 대규모 보수를 해야 한다는 홍콩 당국 규정에 따라, 해당 단지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외벽 전면 재시공 등의 보수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문제는 공사의 일환으로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飛階)와 스티로폼 자재, 안전망, 비닐 등을 타고 불이 급속히 퍼진 것이다. 공사 중인 건물 외벽을 따라 설치하는 작업자 이동용 간이 구조물인 비계는 현재 통상적으로 금속 제품을 쓰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대부분 '대나무 비계'를 쓴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등 공사업체 책임자 3명을 체포, 범죄 혐의점 유무를 포함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외벽에 설치된 보호망과 방수포, 비닐 등이 방화(防火)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한편, 공사용 우레탄폼이 화재를 급속하게 번지게 했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불이 붙기 쉬운 소재를 쓰면서도 불씨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이전에 공사 작업자의 흡연 문제를 지적하는 주민 민원이 제기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밀집형 건축물이라는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약 30만명이 거주하는 타이포 구역에는 정부 보조의 공공 분양주택들이 밀집해있다. 택지가 매우 부족해 초소형·초고층 아파트 내부를 쪼개서 임대하기도 하는 등 주거환경이 열악해 이전부터 말이 많았다.

홍콩 당국은 관광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인근 학교 건물 등이 임시 대피소로 개방됐으며 약 900명이 수용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아래층에서부터 실종자 수색에 들어갔다.

이번 참사의 여파로 오는 12월 7일 예정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관련 활동이 전면 중단됐으며, 존 리 행정장관은 선거 연기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8∼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엠넷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등을 포함한 다양한 행사도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소프트' 꼬리표 뗀 '엔씨'…"게임 넘어 AI·플랫폼으로 사업 확장"

엔씨소프트가 설립 29년만에 사명을 '엔씨(NC)'로 변경하고 인공지능(AI)과 플랫폼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올해 주력 지적

삼성전자, 용인에 나무 26만그루 심는다...정부와 자연복원활동

경기도 용인 경안천 일대에 2030년까지 약 26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삼성전자, 산림청, 한국환경보전원은 27일 경기 용인시 경안

"ESG공시 로드맵, 정책 일관성 흔들려...전면 재검토해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놓고 국회와 기후·ESG 싱크탱크가 "글로벌 기준에 뒤처질 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도 충돌한다"며 전면

[ESG;스코어] 롯데칠성·CJ제일제당 '재생용기' 적용 1·2위...꼴찌는?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재생 플라스틱 전환율이 기업의 원가구조를 좌우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ESG 대응차원에서 시작됐던

서울시, 1000명 넘는 행사 '폐기물 감량계획' 의무화 추진

서울시가 하루 1000명 이상 참여하는 행사에 대해 폐기물 감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대규모 행사

'생산적 금융' 물꼬 틔우는 시중은행들…투자전략은 '각양각색'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24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이 아닌 산업과 기업의

기후/환경

+

[주말날씨] 일교차 크지만 낮 20℃...건조한 바람 '불조심'

이번 주말은 20℃ 안팎까지 기온이 오르며 전국이 대체로 맑고 따뜻하지만 일교차가 크고 건조해 산불 위험도 높겠다. 일부 지역에서는 안개와 약한 비

폭염과 폭우·가뭄이 '동시에'...2025년 한반도 이상기후 더 심해져

2025년은 산업화 이전대비 기온이 1.44℃ 상승한 역대 가장 더웠던 해 3위를 기록한만큼 우리나라도 6월부터 시작된 폭염이 10월까지 이어지는 등 역대급

'빌 게이츠·제프 베이조스' 전용기 기후피해 유발 1·2위...일론 머스크는?

전용기 이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피해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인 것으로 드러났다.미국 스탠포

美 36년간 내뿜은 온실가스 1경5000조 피해유발...한국 기후손실액은?

1990년 이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전세계가 약 10조달러(약 1경5000조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피해는 미국뿐 아니라

서부는 41℃ 폭염, 동부는 눈폭풍…美대륙 '극과 극' 이상기후

미국 서부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데 동부는 폭우·폭설·한파가 동시에 나타나는 '극과극' 이상기후가 일어나고 있다. 서부의 이상고온

바닥 드러나는 댐과 하천들...평년 밑도는 강수에 봄 가뭄 '비상'

예년보다 비가 턱없이 적게 내리면서 봄철 가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도서지역과 서해안, 경남 등 지리적 특성상 외부 수자원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