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 비닐포장재 78%가 '복합재질'...재활용 손놓은 정부?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7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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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포장재 이대로 좋은가 ②]
복합재질은 'OTHER'...재활용 불가
▲'OTHER'로 표시돼 있는 포장재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newstree

국내에서 판매되는 식품포장의 대부분은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가지 재질을 혼합해서 만든 복합재질의 비닐류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재질은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포장재를 단일재질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비닐류의 분리배출 표기를 6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PET는 페트이고, HDPE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주로 플라스틱과 비닐류의 재질로 쓰인다. LDPE는 저밀도 폴리에틸렌이고, PP는 폴리프로필렌 그리고 PS는 폴리스티렌 재질이다. '아더(OTHER)'는 두 가지 이상으로 구성된 복잡재질을 뜻한다. 식물유래 바이오 소재를 사용한 비닐인 경우에는 '바이오'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OTHER'로 표시돼 있는 포장재는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분리배출의 의미가 없다. 분리배출을 하더라도 재활용센터에서 대부분 소각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닐류의 식품포장재는 거의 대부분 복합재질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재활용이 거의 안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화학적 재활용으로 원료화하려는 시도는 있지만 상용화 단계까지 들어서지 못했다.

▲비닐류 분리배출 표시종류

본지가 오리온과 농심, 롯데웰푸드, 오뚜기, CJ제일제당 등이 시판하고 있는 100종의 과자 및 사탕, 라면, 간편식 제품의 비닐포장재를 일일히 확인해본 결과, 78%가 분리배출 표시 기준이 'OTHER'로 표시돼 있었다. 오리온과 농심, 롯데웰푸드에서 판매하는 44종의 과자와 사탕 제품의 포장재는 100% 'OTHER'로 표시돼 있었다. 오뚜기와 CJ제일제당에서 판매하는 카레·스프·핫바 등의 간편식 22종의 포장재 역시 'OTHER'로 표시돼 있었다.

꼬북칩, 포카칩, 스윙칩 등을 포함한 오리온 과자 13종과 마이구미를 포함한 사탕류 3종의 포장재 모두 'OTHER'로 표시돼 있다. 치토스, 꼬깔콘, 오잉을 포함한 롯데웰푸드 과자 7종과 애니타임을 포함한 사탕류 3종도 모두 'OTHER'였다. 새우깡, 바나나킥, 양파링을 포함한 농심 과자 18종 역시 'OTHER'였다. 카레, 크림스프, 사골곰탕 등 오뚜기 간편식 12종과 고메미트볼, 더건강한닭가슴살, 맥스봉핫바 등 CJ제일제당 10종도 '비닐류OTHER'로 표시돼 있었다.

마트에서 묶음포장되고 있는 라면 34종 가운데 22종(64.7%)이 '비닐류PP'로 포장돼 있었고, 12종(35.3%)이 '비닐류OTHER'로 표시돼 있었다. 진라면, 라면사리, 스낵면 등 오뚜기 라면 15종의 묶음포장재는 'PP'였고, 짜슐랭은 'OTHER'였다.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농심 라면 6종의 묶음포장재는 'PP'였고, 배홍동 비빔면, 신라면 건면 등 10종은 'OTHER'였다. 삼양 불닭볶음면은 'PP', 팔도 비빔면은 'OTHER'였다. 

▲묶음라면 겉포장재는 '비닐류PP'지만 개별포장재는 'OTHER'다. @newstree

심지어 묶음포장 라면 가운데 겉포장과 속포장의 재질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농심 신라면의 경우, 묶음 겉포장재는 '비닐류PP'라고 표시돼 있지만 개별 라면의 포장재는 'OTHER'였다. 오뚜기 진라면의 경우, 묶음포장재는 자체 개발한 100% 단일재질을 사용해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우수'로 받았지만 개별 포장재는 복합재질로 구성돼 있어 재활용 등급에서 '보통'을 받았다.

농심 둥지냉면의 경우는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비닐 묶음포장재를 없애고 띠지로 묶음 포장을 했지만, 개별포장재의 분리배출 표시 기준은 OTHER로 복합재질이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식품 포장재를 서너가지 이상의 재질로 만드는 것은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외부의 공기와 습기 등을 차단해야 제품이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에 따라서는 내열성도 갖춰야 하고, 내구성도 있어야 변형이 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하려면 6~7층 이상의 복합구조로 포장재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관련업계는 설명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멀티포장재의 경우 제품의 보존성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적어 알루미늄 재질을 최소화하고 단일 폴리프로필렌(PP) 재질로 구성하는 게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내용물에 직접 닿는 내포장재는 단일재질로는 차단성이 낮아 제품의 소비기한 내에 품질변화가 크기 때문에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과류 비닐포장재는 내용물 보호를 위해 다층구조의 복합재질로 구성돼 있다. @newstree


페트(PET)나 폴리프로필렌(PP)은 내용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에틸렌-비닐알코올 공중합체(EVOH)나 나일론(PA)은 외부의 산소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준다. 알루미늄 호일이나 메탈라이즈드 필름(Al, AlOx, SiOx)은 빛과 가스 차단층으로 기능한다. 포장재 내부의 폴리에틸렌(PE) 재질은 열 밀봉 및 식품과의 접촉에 적합한 층으로 사용된다.

계형산 목원대 교수는 "대부분 포장재는 내용물의 공기접촉이나 수분 침투를 막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2가지 재질만으로 부족하다보니, 많으면 6~7종의 재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복합재질을 재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배보다 배꼽'이다. 여러 재질이 겹겹이 쌓여있는 구조여서 층별로 분리하는 작업이 너무 복잡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 유럽의 한 조사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적으로 260만톤의 복합재질 비닐쓰레기가 발생하는데 이 가운데 66%는 소각되고 34%는 매립되고 있다. 매년 30억유로(약 4조755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유럽은 2030년부터 재활용이 안되는 비닐포장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사실상 복합재질 사용을 금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유럽에 수출하려면 이 지침을 따라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닐포장재에 대한 재활용 지침 자체가 없다보니 애를 먹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닐포장재에 대한 재활용 지침과 재생원료 인증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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