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해지는 3월 기후...제2의 '경북 산불' 발생 가능성 2배 높아졌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2 14:01:54
  • -
  • +
  • 인쇄
▲산불로 폐허로 변한 의성군 산림 (사진=연합뉴스)

얼마전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지만 기후변화로 강수량과 습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고 강풍의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역대 최악의 산불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말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10만헥타르(ha)에 가까운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는 올 1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과 이튼 산불로 약 9만1000헥타르가 소실된 것보다 피해규모가 더 넓었다. 산불 피해가 이처럼 확대된 데에는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주요 원인이었다.

기후연구단체인 '세계기상속성'(WWA)이 지난달 40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 3월 한달동안 우리나라 전국의 고온-건조-풍량 지수(HDWI)는 매우 이례적이었던 것을 조사됐다. 

산불이 발생했던 지난 3월 22~26일까지 나타난 고온과 건조, 풍량의 지수는 기후변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상했다는 것이다. 계절에 맞지 않는 이상고온 때문에 산불이 더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3월에 이같은 기상조건이 발생하는 것은 340년에 한번꼴"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화 이전 기후에서는 이같은 기상조건이 744년에 한번꼴로 훨씬 더 드물게 일어났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또 연구진은 2100년까지 지표면이 1.3°C 상승한다면 HDWI가 계속 증가해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은 2배 더 커질 것이라고 계산했다.

부산대학교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대기학자 이준이는 "이번 산불의 규모와 속도는 한국에서 경험했던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며 "이 연구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산불에 더 유리한 기상조건을 만들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준이 박사는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한국 남동부 지역의 일평균 최고 기온은 약 25°C로, 평년 3월 평균 기온보다 10°C 높았다"고 했다. 지난 겨울 경상도 지역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건조해졌고, 높은 기온과 맞물려 숲이 불에 타기 최적화된 조건이 갖춰졌다. 산불 당시 상대 습도는 약 20%, 3월 25일의 풍속은 초속 25m에 달했는데, 특히 강풍은 산불이 빠르게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

또다른 기후연구단체 '기후측정기'(ClimaMeter)는 산불 발생 당시 기상조건이 과거 유사한 사건과 비교했을 때 약 2°C 더 뜨거웠고, 30% 더 건조했으며, 10% 더 바람이 불었다고 보고했다.

다비드 파란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물리학자는 "기후변화가 산불에 유리한 기상조건을 강화시켰을 뿐, 반드시 산불의 원인이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으로선 기후변화가 산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프리데리케 오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기후학자이자 세계기상속성(WWA) 공동책임자는 "10년전만 해도 기후변화가 산불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부인할 수 없다"며 "한국의 산불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