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대형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산사태라는 또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2∼3개월 뒤 장마철과 겹치면 나무가 사라진 산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
1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 피해 지역의 산사태 발생 위험이 일반 산림지역보다 최대 200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2005년 전북 남원지역 산불피해지를 5년 뒤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산림과학원은 밝혔다. 산불 피해지역은 토양의 물리적 성질이 약해져 빗물이 흙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으로 빠르게 흘러 많은 양의 흙을 쓸고 내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지를 대상으로 시계열적 토사량을 측정한 결과, 산불 발생 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1275g/㎡ 이상 유출돼 일반 산림에 비해 3∼4배 높았다.
산불로 죽은 나무의 뿌리가 부패하면서 토양을 붙잡고 있는 힘이 떨어져, 장마철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쉽게 무너져 내리게 된다. 대형산불이 발생한 지역일수록 산사태에 취약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산사태 예방을 위해 사방댐 등 사방 구조물 설치, 산사태 발생 예측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건강한 숲 가꾸기 등 대책이 요구된다.
산림청은 이번 대형산불로 인한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전날 울산시 울주군과 경북도 5개 시군, 경남 2개 군에 긴급진단팀을 급파했다. 진단 결과를 토대로 산사태 발생 우려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응급·장기로 나눠 복구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기상청과 산림청의 장기예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산사태 위험지역 예측 데이터를 제공할 방침이다.
김민석 지질연 산사태연구센터장은 "나무가 고사하면 뿌리 점착력(달라붙는 힘)이 약해지게 되면서 산사태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과거 산불이 발생했던 지역을 대상으로 토석류 모델링을 통해 극한 강우 등 기후 위기에 따른 산사태 위험 지도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경북 산불로 인한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5개 시·군의 산불영향구역은 역대 최대 규모인 4만5157㏊(축구장 6만324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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