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16 역시나 '빈손'...'생물다양성기금' 첫단추도 못 채웠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4 14:57:57
  • -
  • +
  • 인쇄
보전계획 제출국 44개 그쳐...이행점검 불발
유전정보 이익공유 합의했지만 후폭풍 우려
▲지난 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COP16 정상회의 마지막 전체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이 길어지는 회의에 엎드려 휴식 취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의 핵심 의제였던 '생물다양성 보호기금' 마련이 결국 불발되면서 '졸속회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 칼리에서 196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COP16이 지난 2일(현지시간) 기금마련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정족수 미달로 폐회하면서 막을 내려버렸다. 당초 COP16은 지난달 21일 시작해 이달 1일 폐회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하루 넘긴 2일까지 마라톤 회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각국 대표단들이 항공편 일정에 맞춰 속속 떠나면서, 회의 참석인원은 정족수 130명 밑으로 떨어지고 합의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폐회가 선언됐다.

이에 가장 중요한 의제였던 '생물다양성 보호기금' 마련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2년전 열렸던 COP15에서는 2030년까지 육상 및 해양생태계의 30%를 보호구역으로 보존하는 '30x30'을 목표로 2030년까지 연간 2000억달러(약 274조3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또 2025년까지 선진국이 200억달러(약 27조4300억원)을 개발도상국에 공여하기로 했다. COP16에서는 이에 대한 후속방안을 논의해야 했지만 결국 아무런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말았다.

'국가생물다양성전략'(NBSAP) 이행점검에 대한 방안도 합의하지 못했다. 예견됐던 일이다. 196개 당사국 가운데 NBSAP를 제출하지 않은 국가가 152개국이나 됐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진행될 수 없는 조건이었다. NBSAP는 당사국들이 합의한 '30x3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국의 생물다양성 보호 및 복원 계획이다. 각국은 COP16 개회전까지 유엔에 NBSAP를 제출하기로 해놓고 COP16이 폐막될 때까지 이를 제출한 나라는 44개국에 불과했다.

일부 진전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이견이 심했던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DSI) 이익공유에 대해 합의했기 때문이다. DSI는 동식물이나 미생물의 유전정보로, 주로 개발도상국의 생물정보를 선진국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합의안에서 DSI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자산규모 2000만달러(약 274억원) 이상, 연매출 5000만달러(약 686억원) 이상, 연간 이익 500만달러(약 69억원) 이상 3가지 조건 가운데 2가지를 충족하는 경우 매출의 0.1%나 영업이익의 1%만큼의 '정보이용료'를 내도록 했다.

다만 합의안에 대상 기업들이 '의무가 있다'(shall)가 아닌 '해야 한다'(should)로 명시되면서 DSI 부과금이 의무가 아닌 자발적 기여로 해석될 우려도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DSI 합의안이 통과될 당시 회의 참여인원이 정족수가 채워져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어 추후 불만을 가진 국가들이 이번 합의안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미국은 DSI로 가장 큰 수익을 거두는 제약업체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생물다양성협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제약사를 제외하면 가장 큰 제약사가 스위스의 로슈인데,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계산해봤을 때 DSI 부과금은 6700만달러(약 918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서 원주민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상설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성과로 꼽히고 있다. 이 협의체는 유엔과 원주민 대표가 각각 지명한 2명의 공동의장 체제로 운영되며, 생물다양성 보존과 관련된 지역사회 의견을 직접적으로 수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이것마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COP16이 정족수 부족으로 폐회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군소도서국이나 원주민 대표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이들은 추가 일정으로 인한 항공권과 숙박비 등을 감당할 여비가 충분하지 못해서 돌아갔다는 것이다. 또 협상단 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1명이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다보니 36시간을 깨어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환경보호단체 '캠페인포네이처'(Campaign for Nature)의 브라이언 오도넬 이사는 "너무 많은 국가 대표단이나 유엔 관계자들이 생물다양성 목표에 대한 긴박함이나 포부없이 칼리에 왔다"며 "전세계는 '정상영업'을 유지할 시간이 없는데도 재원에 대한 전략을 꾸리지 않은 채 회담이 끝나버리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차기 COP17은 아르메니아에서 열린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COP29] '1.3조달러' 진통끝 합의...구속력없어 이행여부는 '물음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2035년까지 신규 기후재원을 연간 1조3000억달러(약 1827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1조3000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