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8월이 겨울인데 40℃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호주 기상청은 지난 8월 26일 호주 서부 필바라 지역의 얌피 사운드의 기온이 41.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8월 역대 최고 기온으로 기록된 2020년 41.2℃를 깼다. 8월 평균 기온이 약 18℃인 시드니는 지난달 30일 30℃를 넘기며 1995년 이후 가장 더운 8월 날씨를 보였다. 호주 기상청은 "8월에 호주지역의 약 48%가 상위 1% 수준의 기온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시드니공항은 30일 31.6℃를 찍었다. 겨울 최고기온을 경신한 것이다. 같은 날 퀸즐랜드주 서쪽에 위치한 버즈빌에서는 39.7℃를 기록했다. 이는 평균 기온보다 15℃가량 높으며, 주 역사상 가장 높은 겨울 기온을 기록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노던 준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퀸즐랜드주는 최고 기록에서 고작 0.1℃ 낮았을 뿐이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경우 우드나다타 마을에서 39.4℃가 기록되며 1946년 이래로 유지되어온 36.5℃ 기록을 경신했다. 앨리스 스프링스도 36.6℃로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도시에서 가장 더웠던 1월 기록을 넘긴 것이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동부 퀸즐랜드주 브리즈번 인근에서 서부 호주 내륙까지 약 3700km에 걸쳐 강력한 고기압이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브리즈번의 8월 최고 기온은 23℃ 정도지만 지난 주말에는 기온이 30℃를 훌쩍 넘어 1일 32.9℃까지 올라갔다. 2일에는 33℃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많은 지역에서 기록상 가장 고온다습한 겨울이 이어진 가운데 호주의 모든 주도가 8월 낮밤 기온 모두 평균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겨울이 기록상 따뜻한 3위 안에 들 것으로 예상했다.
겨울에 이례적으로 고온현상이 나타나면서 꽃과 관목들이 이에 반응해 일찍 피었다. 일부 고산지역에서는 적설량이 크게 줄면서 스키장들이 일찍 문을 닫았다. 적설량 깊이는 지난달 28일 기준 66.2cm로 기록상 두번째로 낮았는데, 이 수치는 7월 마지막주에 기록된 124.6cm의 절반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고온현상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지목했다.
호주국립대 21세기기상센터의 기후학자 사라 퍼킨스-커크패트릭 교수는 "고기압 패턴이 여름의 폭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며 "고기압이 호주 중부에서 쌓인 다음 남동쪽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종류의 기온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며 "여름이 훨씬 일찍 다가온 셈"이라고 덧붙였다.
뉴사우스웨일즈대학의 대기학자인 마틴 주커 박사는 "고기압으로 공기가 하강하면서 온도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지구 기온이 1.5℃ 오르는 추세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멜버른대학의 기후학자 앤드류 킹 박사는 호주 전역이 평균 이상의 기온을 경험한 것은 "정말 이례적"이라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없이 이렇게 더워지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사라 스컬리 기상학자는 "많은 지역에서 2009년 이래로 가장 따뜻한 8월 최고 기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고, 일부 지역에서는 8월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오는 3일 기온이 약간 떨어지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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