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IEA 향해 탈퇴 협박..."탄소중립 정책 폐기해" 요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2-20 11:48:36
  • -
  • +
  • 인쇄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향해 탄소중립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협박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EA 장관급 회의에서 "IEA가 1년 내 탄소중립 목표를 폐기하지 않으면 미국은 탈퇴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압박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파괴적인 환상"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IEA에는 탄소중립이라는 비현실적 목표에 집단적으로 매몰된 사고방식이 자리 잡았다"며 "이 과정에서 실질적 성과없이 막대한 비용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들을 겨냥해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탄소중립 의제를 활용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IEA를 탈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하다. 라이트 장관은 "미국이 빠질 경우 중국이 기구 내 영향력을 확대할 위험이 있다"며 "탈퇴는 의도가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럽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은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역시 미국의 요구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IEA의 분석은 데이터 기반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번 장관회의에서는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IEA는 의장 명의의 요약문만 발표하며 사실상 합의 실패를 인정했다.

IEA는 1974년 석유 공급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설립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기구로, 최근에는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주도해왔다. 특히 2030년 전후 '피크 오일(석유 수요 정점)' 도달 전망을 제시하며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예고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전망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며, 오히려 석유와 가스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단순한 정책 충돌을 넘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가 유지해온 탄소중립 공조 체제가 흔들릴 경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과학계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지 못할 경우, 기후 시스템의 '티핑포인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제로(Net Zero)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관장 핵심거점 KGC인삼공사 부여공장 '녹색기업'에 선정

국내 최대 홍삼 제조공장인 KGC인삼공사 부여공장이 '녹색기업'으로 인정받았다.KGC인삼공사는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부여공장이 금강유역환경청

쿠팡·쿠팡이츠, 진주 전통시장에 친환경 포장용기 11만개 지원

쿠팡과 쿠팡이츠서비스(CES)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남 진주중앙시장에 친환경 포장용기 11만여개를 지원한다고 13일 밝혔다.이번 지원은 전통시

국내 기업 중 ESG평가 'S등급' 없어...삼성전자가 종합 1위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ESG 평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13일 ESG행복경제연구소는 지난해 기업들이 공개한 ESG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

정부 'EU 탄소세' 기업대응 올해 15개 사업 지원한다

올해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국내 기업들이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본격 지원에 나선다.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

LG전자 '마린 글라스' 기술로 순천만 생태계 복원 나선다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마린 글라스'로 순천만 갯벌 생태계 복원에 나선다.LG전자는 이를 위해 순천시,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과 '블루카본 생태계

하나은행, AI·SW 기업 ESG 금융지원 나선다

하나은행이 ESG 경영을 실천하는 AI·SW 기업에 최대 2.0%의 금리 우대 대출을 제공한다.하나은행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의 'AI

기후/환경

+

트럼프 정부, IEA 향해 탈퇴 협박..."탄소중립 정책 폐기해" 요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향해 탄소중립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협박했다.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19일

사흘만에 1200㎢ '잿더미'...美 중서부, 산불에 '비상사태'

미국 중서부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사흘째 확산되면서 오클라호마·텍사스주 일대가 초토화됐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겹

[주말날씨] 온화하다 22일 '쌀쌀'...중부에 돌풍·비

토요일인 21일은 외출하기 좋은 포근한 날씨를 보이겠지만 일요일인 22일은 북쪽의 찬 공기 유입으로 다시 쌀쌀해지겠다. 여기에 돌풍을 동반한 비까지

유럽도 안전지대 아니다...온난화에 북상하는 열대 감염병

열대성 바이러스 감염병 '치쿤구니야'가 유럽에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경고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감염 매개체인 모기가 자꾸 북상

30℃ 넘으면 생산량 '뚝'...커피 생산지 75% 폭염 위협

기후위기로 커피 재배지의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전세계 커피 공급망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18일(현지시간) 기후분석기관 '클라이밋 센트럴(C

기후행동 역행하는 아태지역..."SDG 세부과제 88% 달성 못할 것"

유엔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세부과제의 88%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19일(현지시간) 유엔 아시아&middo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