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자는 물론 정책까지 혼란 초래
국내 상장기업에게 부과되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이 공개됐지만, 도입시기와 공시형식 그리고 스코프3 의무화 여부 등 중요한 사안이 쏙 빠져있어 자본시장에 큰 혼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K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 대해 "기후공시 도입 시점과 대상, 즉 로드맵뿐만 아니라 법정공시 혹은 거래소공시와 같은 공시형식, 스코프3 의무화 여부 등 주요 의사결정은 사실상 4개월 후로 미뤘다"며 "의사결정이 지연될수록 기업과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국가 차원의 기후대응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2023년 6월 발표한 공개기준 권고안인 S1(지속가능성 전반), S2(기후) 기준서를 기반으로 마련한 KSSB 초안은 지난달 30일 의결했다. 초안은 기후 분야에 우선 적용된다. 기후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 및 기회에 대한 정보는 기업이 선택해 공시하면 된다. 이 초안에 대한 의견조회는 8월말까지 진행된다.
기후관련 정보공개 의무화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전략과 기후변화로 인한 재무적 영향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같은 규제를 통해 기업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도록 유도하고, 투자자에겐 필요한 기업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정부는 보다 정교한 기후정책 개발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유럽연합(EU)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2025년 공시 의무화하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후관련공시(IFRS S2)를 2025년에, 일반요구사항(IFRS S1)을 2026년에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은 2025~2026년을 정보공개 시작점으로 보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KSSB 초안은 도입 일정과 의무화대상, 공시의 형식 등 구체적인 내용이 쏙 빠진 상태다. 의견조회 기간도 6월 30일에서 8월 31일로 연기됐다. 현재 의견조회 기간만 정해졌을 뿐, 최종안에 대한 발표시기도 미정이다.
'공시의 형식'도 밝히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을 따르는 '법정공시'로 할지, '거래소공시'로 할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공시의 형식에 따라 대표이사 등의 확인, 행정제재, 형사책임, 민사책임 등 위반시 제재의 강도는 큰 차이가 있다. 공시정보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내용인데도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내 1차협력사의 탄소배출량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스코프3 의무화 여부도, 스코프3 공시 시기도 미정이다. 스코프3는 산업 탄소발자국의 80%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에 ISSB와 EU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에 스코프3 탄소배출량을 포함시켰다. 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공시 최종안에 스코프3를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KSSB 최종안에서도 스코프3가 제외되거나, 포함되더라도 공시 시기를 상당히 늦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