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은 발빠르게 움직이는데...핵심 쏙 빠진 'K-기후공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2 12:38:52
  • -
  • +
  • 인쇄
도입 시점, 형식 등 구체적 로드맵 부재
기업·투자자는 물론 정책까지 혼란 초래


국내 상장기업에게 부과되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이 공개됐지만, 도입시기와 공시형식 그리고 스코프3 의무화 여부 등 중요한 사안이 쏙 빠져있어 자본시장에 큰 혼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K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 대해 "기후공시 도입 시점과 대상, 즉 로드맵뿐만 아니라 법정공시 혹은 거래소공시와 같은 공시형식, 스코프3 의무화 여부 등 주요 의사결정은 사실상 4개월 후로 미뤘다"며 "의사결정이 지연될수록 기업과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국가 차원의 기후대응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2023년 6월 발표한 공개기준 권고안인 S1(지속가능성 전반), S2(기후) 기준서를 기반으로 마련한 KSSB 초안은 지난달 30일 의결했다. 초안은 기후 분야에 우선 적용된다. 기후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 및 기회에 대한 정보는 기업이 선택해 공시하면 된다. 이 초안에 대한 의견조회는 8월말까지 진행된다.

기후관련 정보공개 의무화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전략과 기후변화로 인한 재무적 영향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같은 규제를 통해 기업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도록 유도하고, 투자자에겐 필요한 기업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정부는 보다 정교한 기후정책 개발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유럽연합(EU)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2025년 공시 의무화하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후관련공시(IFRS S2)를 2025년에, 일반요구사항(IFRS S1)을 2026년에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은 2025~2026년을 정보공개 시작점으로 보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KSSB 초안은 도입 일정과 의무화대상, 공시의 형식 등 구체적인 내용이 쏙 빠진 상태다. 의견조회 기간도 6월 30일에서 8월 31일로 연기됐다. 현재 의견조회 기간만 정해졌을 뿐, 최종안에 대한 발표시기도 미정이다.

'공시의 형식'도 밝히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을 따르는 '법정공시'로 할지, '거래소공시'로 할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공시의 형식에 따라 대표이사 등의 확인, 행정제재, 형사책임, 민사책임 등 위반시 제재의 강도는 큰 차이가 있다. 공시정보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내용인데도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내 1차협력사의 탄소배출량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스코프3 의무화 여부도, 스코프3 공시 시기도 미정이다. 스코프3는 산업 탄소발자국의 80%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에 ISSB와 EU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에 스코프3 탄소배출량을 포함시켰다. 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공시 최종안에 스코프3를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KSSB 최종안에서도 스코프3가 제외되거나, 포함되더라도 공시 시기를 상당히 늦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美투자 압박하면서 취업비자는 '외면'..."해결책 없으면 상황 반복"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체포·구금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미

기후/환경

+

해양온난화 지속되면..."2100년쯤 플랑크톤 절반으로 감소"

해양온난화가 지속되면 2100년쯤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남조류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의 양이 절반

곧 물 바닥나는데 도암댐 물공급 주저하는 강릉시...왜?

강릉시가 최악의 가뭄으로 물이 바닥날 지경에 놓였는데도 3000만톤의 물을 담고 있는 평창의 도암댐 사용을 주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9일 강릉 오봉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낙뢰로 인한 산불 증가"...기후위기의 연쇄작용 경고

기후위기가 낙뢰로 인한 산불을 더욱 빈번하게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세드 캠퍼스 시에라 네바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