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카눈' 한반도 남북 관통한 최초의 태풍
2023년은 전세계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가운데 한반도 역시 가장 뜨거운 한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16일 발표한 '2023년 연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23년은 1973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해 51년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3.7℃였다. 이는 예년에 비해 1.2℃ 높은 수치고, 종전에 가장 더웠던 2016년과 비교하면 0.3℃ 더 높았다.
지난해 일최고기온과 일최저기온 연평균 값도 각각 19.2℃와 8.9℃로 가장 높았다. 일최고기온이 33℃ 이상인 폭염일은 14.2일이었고, 밤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열대야일은 8.2일이었다. 이는 예년보다 각각 3.2일과 1.6일 많았다.
기상청은 "북태평양을 비롯해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성 흐름이 발달하면서 따뜻한 남풍이 불 때가 잦았고, 이에 기온이 높은 날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2023년은 덥지 않은 달이 드물었다. 12개월 가운데 9개월의 월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높았다. 특히 3월은 3.3℃, 9월은 2.1℃ 높아 연평균기온 상승을 이끌었다. 6월과 8월도 기온이 예년보다 각각 0.9℃와 1.3℃ 높아 특히 더운 달에 해당했다.
전국 강수량은 1746.0㎜로 역대 3번째로 많았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32% 많은 수치다. 하지만 비가 온 날은 108.2일로, 예년 105.6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강수량이 많았던 것은 한 번 비가 내릴 때 집중적으로 쏟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물폭탄'이 많았던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평균 강수 강도는 16.1㎜로 예년의 12.6㎜보다 3.5㎜ 많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1시간 강수량이 30㎜ 이상인 호우일수와 일강수량이 80㎜ 이상인 날은 각각 2.9일과 3.8일로, 평년(1.9일과 2.4일)보다 잦았고 모두 역대 2위였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를 강태한 태풍 '카눈'은 관측 이래 최초로 한반도의 남북을 관통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 12월 강수량이 이례적으로 많았다는 점이다. 예년보다 온화한 날씨탓에 눈 대신 여름철 장마같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역대 강수량이 가장 많은 12월로 기록됐다. 12월 강수량은 예년보다 3.8배나 높았다.
지난해는 황사도 잦았다. 중국 북동부지방 강수량이 예년보다 적고 기온이 높아, 이 지역에서 발생한 모래 먼지가 북풍계열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된데 따른 것이다. 2023년 연간 황사일수는 예년 6.6일보다 5.2일 많은 11.8일로 기록됐고, 1973년 이래 5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는 바다도 뜨거웠다. 2023년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균 17.5℃였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치보다 0.4℃ 높고, 10년 사이 2번째로 높은 것이다.
한편 2023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가 뜨거웠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연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45℃ 높았다. 국제사회가 임계점으로 정해놓은 1.5℃를 불과 0.05℃ 남겨놓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엘니뇨 현상까지 겹치면서 2023년은 이전에 가장 더웠던 2016년을 제치고 역대 최고 더운 한해가 됐다. 그런데 이 현상은 올해도 이어져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한해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 평균기온이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장마철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관측 이래 처음으로 남북을 관통한 태풍 등 경험해보지 못한 위험기상으로 인해 피해가 컸다"며 "기후위기 시대의 최전선에서 기상청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이상기후 감시를 더욱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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