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높아지면 벌레들의 부화율이 높아져 대량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벌레라고 해도 생태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25일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진행된 '대발생 생물 대응 워크숍'에서 발제를 맡은 정종국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지난 3~5월 대벌레알 4500개를 고도 100m마다 배치한 결과 100m 높이에서는 부화율이 30%이던 것이 500m에서는 5%로 줄었다. 이는 대벌레알 부화율이 기온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대벌레 대발생에 따른 산림 피해 면적이 2020년 19헥타르(ha)에서 2021년 158ha, 지난해 981ha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벌레 발생 지역도 서울 은평구 봉산에서 경기 의왕시 청계산·군포시 수리산·하남시 금암산 등으로 확장됐다.
대벌레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절지류로 5~10월에 출현하며 천적을 피하기 위해 나뭇가지로 위장한다. 만약 공격받으면 도마뱀의 꼬리처럼 다리를 내어주고 달아나거나 죽은 척한다. 대벌레 자체는 사람에게 직접 해를 끼치진 못하지만 참나무, 상수리나무, 가로수 등 활엽수 나뭇잎을 갉아먹어 산림해충으로 분류된다.
다만 대벌레 대발생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뿐만 아니라 식생 밀도, 식물체 영양조건(질소대비 탄소량), 암수 비율 등도 영향을 미친다.
대벌레 대발생이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경기도 고양시 성라산에서 대벌레가 대량 발생하는 일이 있었지만 별도의 방제를 하지 않았음에도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이는 대벌레의 서식지인 산지에 새와 다람쥐, 청설모 등 천적이 많기 때문에 대벌레가 늘어난 만큼 천적 역시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대벌레 외의 벌레들도 대량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6년 미국 선녀벌레가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고, 2021년에는 외래종인 매미나방이 겨울철 이상고온으로 인해 대발생했다. 미국 선녀벌레는 나무 수액을 빨아먹어 그을음병을 유발하고 매미나방은 나뭇잎을 갉아 먹는 등 수목에 피해를 끼치고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한영식 곤충생태교육연구소 소장은 이날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곤충 대발생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라면서 "곤충의 이상 출몰은 기후위기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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