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간 이어지던 '극한폭우'는 멈췄지만 빗물을 머금은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산사태 위험은 여전하다. 이에 산림청은 여전히 전국 12곳에 산사태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폭우 때 발상하는 산사태는 대부분 토양이 더이상 빗물을 흡수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발생한다. 물을 잔뜩 머금은 흙이 경사지에서 흘러내리는 것이다.
이번 폭우로 산사태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은 경남 산청과 경기도 가평이다. 산청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632㎜의 비가 내렸다. 산청의 연간 강수량은 1556.2㎜ 정도인데 4일동안 이 양의 40%가 내렸다. 가평은 20일 새벽 사이에 200㎜의 비가 내리면서 순식간에 불어난 하천에 산사태까지 겹치면서 적지않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산사태로 산청에서 2명, 가평에서 2명이 사망했다.
산청의 경우는 올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당시 발생한 산불은 10일나 지속되면서 축구장 2602개에 달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하지만 국립산림과학원 산사태연구과 서준표 박사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산불과 산사태의 연관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나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영향을 주지만, 이번에는 산불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본다"면서 "산불이 없었던 지역에서 더 많은 산사태가 발생한 것을 보면 이번엔 순전히 폭우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던 산청읍 부리·내리·단성면 등 15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과 주택이 매몰됐고, 국도 3호선과 교량이 끊기면서 교통도 마비됐다. 이에 산림청은 오후 1시 30분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하기도 했다. 산청군도 유례가 없는 전 군민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경기 가평군에서도 20일 새벽에 시간당 76㎜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에서는 캠핑을 하던 일가족이 새벽에 들이닥친 토사에 매몰돼 아버지는 숨진 채 발견됐고, 아내와 딸은 실종된 상태다. 또 오전 4시 44분께 조종면 신상리에서는 펜션이 무너지면서 70대 여성이 숨졌다.
산사태는 폭우가 끝났다고 위험이 해제되는 것이 아니다. 산청과 가평뿐 아니라 경사지 대부분은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돌변하게 된다. 서준표 박사는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비의 강도와 양이 모두 컸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이 산사태 위험군에 해당했다"고 말했다.
산림청 산사태예측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폭우가 그친 21일 현재에도 산사태의 위험지역에 대해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현재 산사태 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산청군·하동군·진주시 등을 포함한 12곳이며, 이 가운데 9곳은 수도권과 강원 지역이다. 산사태주의보가 내려진 지역도 산청군·가평군을 포함해 14곳에 달한다. 서울 노원구, 경기 포천시·남양주시·양주시, 강원 춘천시·양구군·인제군 등 도심과 산간 지역이 포함돼 있다.
서준표 박사는 "비가 그친 뒤에도 토양이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작은 바람이나 돌 하나로도 균형이 무너지면서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며 "경보나 주의보가 지속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박사는 향후 대응책과 관련해 "붕괴는 자연적인 현상이라 발생 자체를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면서도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를 정비하거나, 방수포를 덮어 2차 피해를 줄이는 식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에도 전남권·경남권 등 남부지역에는 시간당 30~50㎜의 강한 소나기가 예보됐다. 이미 산사태 피해를 입은 지역을 포함해 전국 곳곳의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추가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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