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폭우가 산사태 피해 키웠다..."비는 그쳤지만 산사태 위험 여전"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7-21 11:48:45
  • -
  • +
  • 인쇄
▲20일 새벽 물폭탄이 쏟아진 가평 (사진=연합뉴스)

5일간 이어지던 '극한폭우'는 멈췄지만 빗물을 머금은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산사태 위험은 여전하다. 이에 산림청은 여전히 전국 12곳에 산사태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폭우 때 발상하는 산사태는 대부분 토양이 더이상 빗물을 흡수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발생한다. 물을 잔뜩 머금은 흙이 경사지에서 흘러내리는 것이다. 

이번 폭우로 산사태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은 경남 산청과 경기도 가평이다. 산청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632㎜의 비가 내렸다. 산청의 연간 강수량은 1556.2㎜ 정도인데 4일동안 이 양의 40%가 내렸다. 가평은 20일 새벽 사이에 200㎜의 비가 내리면서 순식간에 불어난 하천에 산사태까지 겹치면서 적지않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산사태로 산청에서 2명, 가평에서 2명이 사망했다. 

산청의 경우는 올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당시 발생한 산불은 10일나 지속되면서 축구장 2602개에 달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하지만 국립산림과학원 산사태연구과 서준표 박사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산불과 산사태의 연관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나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영향을 주지만, 이번에는 산불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본다"면서 "산불이 없었던 지역에서 더 많은 산사태가 발생한 것을 보면 이번엔 순전히 폭우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던 산청읍 부리·내리·단성면 등 15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과 주택이 매몰됐고, 국도 3호선과 교량이 끊기면서 교통도 마비됐다. 이에 산림청은 오후 1시 30분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하기도 했다. 산청군도 유례가 없는 전 군민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경기 가평군에서도 20일 새벽에 시간당 76㎜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에서는 캠핑을 하던 일가족이 새벽에 들이닥친 토사에 매몰돼 아버지는 숨진 채 발견됐고, 아내와 딸은 실종된 상태다. 또 오전 4시 44분께 조종면 신상리에서는 펜션이 무너지면서 70대 여성이 숨졌다.

산사태는 폭우가 끝났다고 위험이 해제되는 것이 아니다. 산청과 가평뿐 아니라 경사지 대부분은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돌변하게 된다. 서준표 박사는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비의 강도와 양이 모두 컸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이 산사태 위험군에 해당했다"고 말했다.

산림청 산사태예측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폭우가 그친 21일 현재에도 산사태의 위험지역에 대해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현재 산사태 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산청군·하동군·진주시 등을 포함한 12곳이며, 이 가운데 9곳은 수도권과 강원 지역이다. 산사태주의보가 내려진 지역도 산청군·가평군을 포함해 14곳에 달한다. 서울 노원구, 경기 포천시·남양주시·양주시, 강원 춘천시·양구군·인제군 등 도심과 산간 지역이 포함돼 있다.

서준표 박사는 "비가 그친 뒤에도 토양이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작은 바람이나 돌 하나로도 균형이 무너지면서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며 "경보나 주의보가 지속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박사는 향후 대응책과 관련해 "붕괴는 자연적인 현상이라 발생 자체를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면서도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를 정비하거나, 방수포를 덮어 2차 피해를 줄이는 식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에도 전남권·경남권 등 남부지역에는 시간당 30~50㎜의 강한 소나기가 예보됐다. 이미 산사태 피해를 입은 지역을 포함해 전국 곳곳의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추가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우려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