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다 쓴 물은 골프장 37개 채울 양
구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저탄소 경로, 스마트 온도조절기 등 친환경 기능을 제공하면서 탄소저감에 기여했지만, 반대로 AI 연산량과 함께 냉각수 사용량이 급증하는 '환경 딜레마'에 빠졌다.
구글이 25일(현지시간)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담아 공개한 '2023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 도입된 구글지도의 '친환경 길찾기'(eco-friendly routing) 기능은 2022년 12월까지 총 12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했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25만대가 1년간 내뿜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
구글지도의 '친환경 길찾기' 기능은 AI가 도로경사, 교통혼잡도, 차량속도 등을 고려해 연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로를 계산해 제공하는 기능이다. 휘발유, 경유, 하이브리드, 전기 등 엔진이나 연료 종류에 따른 탄소배출량도 잡아낸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미국, 캐나다, 이집트, 유럽 등 총 40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보고서는 구글의 스마트홈 제품 브랜드인 구글 네스트(Google Nest)의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통해 절감된 전력량도 공개했다. 지난 2011~2022년 구글 네스트의 스마트 온도조절기는 1130억킬로와트시(kWh)를 절감했고, 이로써 줄어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00만톤에 달했다. 구글 네스트의 온도조절장치 구매 고객들은 지난 2022년 한해에만 구글 전체의 사용전력보다 더 많은 전력을 아꼈다.
그러나 AI기반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물 사용량도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022년 구글의 물 사용량은 전년대비 20% 증가한 56억갤런으로 리터로 치면 200억리터가 넘는다. 골프장 37개를 채우고도 남는 양이다. 이 가운데 52억갤런은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냉각수로 끌어다 썼다.
대부분 음용가능할 정도로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구글은 공급처 인근의 물부족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사옥과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담수의 120%를 다시 채워넣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글이 용수를 다시 공급처에 보충해놓은 비중은 6%에 불과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UCR) 샤오레이 렌 전기컴퓨터공학과 부교수는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물 사용량 20% 급증은 구글의 연산능력 증가와 궤를 같이 하고 있고, 대부분 AI에 의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구글의 수원 재충전 계획이 제대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이같은 물 사용량의 증가세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글은 지난 2022년 가스발전소 25개의 연간 탄소배출량에 달하는 1018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2018년 1360만톤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계속해서 감소세지만, 2030년까지 배출량을 반토막내겠다는 선언에는 한참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결국 감축 목표치에 근접하기 위해 구글이 AI기반 탄소저감 솔루션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어서 전문가들은 구글이 새로운 냉각 시스템을 고안하지 않는 한 물부족 현상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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