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수거 인프라 구축안하면 무용지물
정부가 상온에서 땅에 묻으면 24개월 이내에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에 대해 '환경표지인증'을 새로 도입할 계획이지만 선별수거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대개 자연에서 유래한 원료로 만든 소재다. 석유화학계 기반의 플라스틱과 달리 분해가 빠르고, 탄소배출이 적기 때문에 기존 플라스틱 소재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시판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들은 대부분은 상온에서 분해되지 않고 별도의 퇴비화 시설에서만 분해되는 한계가 있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58℃ 조건'의 '퇴비화 시설'이 국내에서는 없기 때문에 별도로 수거한다고 해도 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판에 환경부는 지난 2022년 1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부여했던 '환경표지인증'(EL724)을 제외시켜버렸다. 환경부의 조치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업체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환경부는 개선된 환경표지인증을 2025년부터 새로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신규 환경표지인증은 퇴비화 시설이 아닌 상온의 일반토양에서 24개월 이내에 분해되는 경우에 부여된다. 문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별도의 선별수거 없이 '환경표지인증'만 부과한다면 이전과 같은 오류가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다른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2026년부터 종량제 봉투를 매립할 수 없다. 모두 소각해야 하는데, 토양에서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 제품을 모두 태워버리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의미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선별수거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플라스틱 국제협약, 탄소국경조정제도, 에코디자인 규정 등 각종 국제 환경규제를 앞두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2003년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처음 환경표지인증제도를 도입한 이래 20년동안 환경부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정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전세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은 2021년 12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22.7% 증가해 2026년 34조원에 규모에 이르고, 바이오플라스틱 생산능력은 759만톤으로 2021년 대비 254.7%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69.8%로 가장 많다.
선진국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기반시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례로 영국은 이미 2011년부터 가정용 퇴비제조기 구입비용 일부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호주도 재활용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분류해 재활용 플라스틱은 열분해 시설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퇴비화 시설로 보내는 선별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20년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 보고서를 통해 "주요 기업 및 선진국은 시장선점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생분해성 플라스틱 활성화 방안을 국책사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수거처리를 위한 시설기반 등의 부재로 보급확대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창출 지원으로 민간투자를 견인해야 한다"는 설명까지 달아놨다. 그러나 이후 정부는 이렇다할 지원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양순정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상무는 "제도적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야 시장이 살아나고, 대기업도 투자하면서 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이라며 "이미 해외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비분해성 플라스틱을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은 정해진 수순이고, 중소기업 수출 1위 분야가 화학제품인 만큼 향후 바이오플라스틱 부문으로 시장이 완전히 넘어왔을 때 시장이 고사한 상황이라면 국가적인 측면에서 큰 손해가 될 것"이라며 "결국 국내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포장재 원료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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