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 수조달러를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 취약국에 대한 원조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그레셤대학교(Gresham College)의 아비나시 페르소드(Avinash Persaud) 명예교수는 옵저버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기후, 부채, 개발의 전체 연결고리를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재난의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지금 익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투자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공공자금과 규제를 신중하게 사용해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의 가용 재원을 3배로 늘리고 민간부문에서 막대한 현금을 유입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주장은 이달 2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개최될 예정인 새로운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담(Summit for New Global Financing Pact)을 앞두고 나왔다.
독일, 중국, 브라질 등 50개국 정상들이 참여할 예정인 이번 회담에서는 '브리지타운 의제' (Bridgetown agenda)가 논의될 전망이다. 이는 바베이도스(Barbados)의 수도 브리지타운의 이름을 딴 글로벌 금융지원책으로 기후재앙에 직면한 최빈국들에 대한 부채 탕감, 세계은행(World Bank)을 포함한 세계 다자개발은행의 자금 지원 3배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미아 모틀리(Mia Mottley) 바베이도스 총리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및 기타 기관의 운영방식을 개혁해 보증이나 장기 대출을 제공하는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민간부문의 기후 투자를 더 쉽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르소드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기후 보험, 탄소 상쇄를 통한 자금 조달, 녹색 채권과 청색 채권 등 다양한 접근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모두 정답은 아니다"며 "민간부문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유국의 보조금을 기다리는 것은 고도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며 기존의 기후 보조금을 비판하며 "해외 원조도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르소드 교수는 극빈국의 녹색전환을 위해 주로 민간부문에서 연간 약 1조4000억달러가 필요하고, 기후위기의 영향에 적응하는 데 약 3000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 교수와 베라 송웨(Vera Songwe)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변화시켜 배출량을 줄이고 기상이변의 영향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연간 약 2조달러가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세계은행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가 가난한 나라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세계은행이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기후 회의론자였던 데이비드 맬패스(David Malpass) 전 총재가 올초 사임한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페르소드 교수는 "2차대전 이후 세계은행은 독일의 부채 상환액이 수출액의 3.5%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공증했다"며 "이것이 기후 전쟁을 겪는 개발도상국들이 바라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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