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넷제로 은행연합'에 가입한 금융기업들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 프로젝트에 한국산업은행(KDB)을 비롯해 9개 민간은행이 총 11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간)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 9개 은행들은 '바로사'에서 추출한 가스를 운반하는 해양플랜트 FPSO(시추와 저장, 하역기능을 함께 할 수 있는 부유식 복합생산시스템)를 건조할 목적으로 대출 등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환경연구단체인 기후솔루션(SOFC)를 비롯해 주빌래 오스트렐리아 연구센터(Jubilee Australia Research Centre) 등 8개 다국적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로사 프로젝트는 연간 1350만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호주의 연간 CO₂배출량에 약 3%달하는 수치다. 기후변화에 관한 당사자국 협의체(IPCC)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규 가스전 개발을 중지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욱이 투자 은행과 지주회사 맥쿼리그룹(Macquarie Group)을 포함해 이번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은행들은 넷제로 은행연합(NZBA)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연합(UN)이 주도하는 NZBA는 전세계 금융기업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가입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기관 중 NZBA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한국산업은행과 싱가포르 국적의 금융회사 클리포드 캐피탈(Clifford Capital)뿐이다.
주빌래 오스트렐리아 연구센터의 루크 플래처(Luke Fletcher) 박사는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에서 가장 더러운 개발 중 하나"라며 "호주는 홍수와 산불 등 이미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후위기와의 싸움은 기스전을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호주 정부가 탈탄소 정책을 강하게 시행하기 때문에 금융기업들은 궁극적으로 실패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로사' 가스 프로젝트는 휘청거리고 있다. 기후위기 및 원주민과의 마찰 등 여러 문제로 인해 호주 정부가 사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호주 연방법원은 사업에 반발한 원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며 현장 시추 승인불가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주관기업인 산토스(Santos)는 항소에서도 패소하면서 현재 사업은 답보 상태다. 또 호주 가스규제기관인 NOPSEMA(National Offshore Petroleum Safety and Environmental Management Authority)는 올 1월 산토스에게 가스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260km에 걸친 구간에서 문화 유적지 연구를 수행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연구서를 작성한 국제 환경단체들은 "이는 금융기관의 '그린워싱'을 잘 보여준다"며 일제히 투자중단을 촉구했다. 호주 노던 준주 환경센터(ECNT)의 나이시 가웬(Naish Gawen)은 "환경과 현지 원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을 해서는 안된다"며 "더구나 이번 가스전 사업은 해양 환경에도 큰 악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한국산업은행은 대외적으로는 친환경적 행보를 보이는 듯하면서 뒤로는 가스전 사업에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고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환경단체 리클레임파이낸스(Reclaim Finance) 루시 팡손(Lucie Pinson) 대표는 "이번 사업에 대한 은행들의 참여는 탄소중립 선언이 무의미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프랑스 은행 나틱시스를 포함한 NZBA에 가입한 은행들은 기후 대응 선도 기업으로 보이고자 하지만, 은행들의 투자 행태는 그들이 여전히 파괴적인 화석연료 산업에 여전히 투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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