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ZBA 결성 이후에도 계속된 화석연료 투자
지난 2016년 전세계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후에도 60대 주요 민간은행들은 화석연료 산업에 7조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N) 등 7개 비영리단체가 전세계 60대 민간은행의 주식·채권 인수 및 대출기록 등을 조사한 보고서 '기후혼돈을 지원하는 금융'(BOCC, Banking on Climate Chaos)에 따르면 2016~2023년 이 은행들이 4200여개 화석연료 기업에 조달한 금융규모는 총 6조9000억달러(약 9451조원)에 달했다.
2016년은 196개국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대비 2℃ 이내로 억제하고,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체결된 해다. 세계가 합의한 '기후대응의 원년' 이후에도 여전히 주요 민간은행은 화석연료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 것인데, 전체 6조9000억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3조3000억달러(약 4519조원)는 화석연료 생산량 증대에 직접 조달한 자금이다.
심지어 지난 2021년 국제연합(UN) 주도로 전세계 금융기업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넷제로은행연합(NZBA)이 결성된지 2년이 지난 2023년에도 60대 민간은행이 화석연료 기업들에 투자한 금액은 7050억달러(약 965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3470억달러(475조원)는 화석연료 생산량 증대에 투입됐다.
2023년 마지막까지 화석연료 투자를 놓지 않고 있는 은행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미국의 은행들이었다. 미국 은행들은 7050억달러 가운데 30%를 차지했는데, JP모건체이스가 408억달러(약 56조원)를 제공해 1위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위를 차지했다. 2위는 371억달러(약 51조원)을 제공한 일본의 미즈호였다.
기후 리더십을 내세운 유럽 은행들도 상당량의 자금을 화석연료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었다. 유럽 은행들의 화석연료 금융기여도는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60개 주요 민간은행의 화석연료 투자액 순위에서 8위를 차지한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2023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인 242억달러(약 33조원)를 투자했고, 2위는 145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한 산탄데르, 3위는 134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한 도이체방크 순이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에이프릴 메를로 RAN 연구 및 정책담당자는 "기후 혼돈을 틈타 이득을 취하는 은행들은 매년 새로운 그린워싱 기법을 발명해내고 있지만, 화석연료에 얼마만큼의 돈을 투자하고 있는지 영수증이 다 말해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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