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투자 중단하라"…고발당한 프랑스 최대은행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4 16:13:18
  • -
  • +
  • 인쇄
환경단체들, BNP파리바 고발…시중은행 최초
6년간 신규 개발사업 200건·투자액 185조원
▲옥스팜·지구의 벗·우리 모두의 일 성명문 갈무리


세계 최초로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기후소송이 제기됐다.

23일(현지시간) 옥스팜·지구의 벗·우리 모두의 일 등 환경단체 3곳은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를 고발했다. 화석연료 산업에 융자를 제공하는 것이 프랑스의 '기업 인권실천 책임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BNP파리바는 유럽 시중은행 가운데 화석연료 산업에 대출한 금액 규모가 가장 크다. 전세계로 따지면 5번째다. 활발한 해외 화석연료 개발사업 투자로 BNP파리바의 탄소발자국은 프랑스 전체의 탄소발자국을 넘어섰다.

2022년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N)가 발간한 '기후혼돈 은행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1년 6년간 BNP파리바가 극해 및 해양 가스개발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60억달러(약 7조8230억원)와 360억달러(약 46조9386억원)에 달했다.

2017년 프랑스에서 제정된 '기업 인권실천 책임법'은 프랑스 내 다국적 기업으로 하여금 국내·외 자회사, 공급망, 하도급업체에서 발생하는 인권, 건강 및 안전, 환경 위험요인을 밝히고, 그에 따른 조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누군가 특정 기업에 인권실천 위반사항에 대해 정식 통지하는 경우 기업은 3개월 내 위험요인을 제한하거나 방지하는 조처를 취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누구든지 해당 기업에 인권실천 책임을 강제하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환경단체 3곳은 BNP파리바가 '기업 인권실천 책임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정식 통고한 바 있다.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프랑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BNP파리바는 총 북미·유럽의 가장 큰 석유 및 가스회사 8곳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고, 이들 회사는 전세계 200개가 넘는 신규 화석연료 개발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환경단체 3곳은 RAN의 '기후혼돈 은행거래'를 인용해 전세계 은행 가운데 BNP파리바는 석유 및 가스사업 투자규모 8위라며 2016~2021년 전체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1420억달러(약 185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는 유엔 주도하에 설립된 '탄소중립은행연합'(NZBA)에 가입했다. 지난 1월 BNP파리바는 2030년까지 에너지 부문 투자 비중의 8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7%만을 대체한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석유 및 가스업계 고객사들이 신규 화석연료 개발사업을 즉시 철회하도록 하는 방안은 없다고 비판했다. 옥스팜 프랑스지부의 알렉상드르 포이다츠 애드보커시 담당관은 "BNP파리바는 계속해서 가장 큰 화석연료 기업들에 석유나 가스가 없는 생태 전환에 대한 조건을 붙이지 않고 새로운 백지수표를 써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BNP파리바 대변인은 "환경단체들의 소송 결정은 유감"이라며 "모든 화석연료 금융지원을 한번에 중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BNP파리바는 생태적 전환만이 미래 경제의 유일한 생존 경로임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