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재질 용기, 단일재질로 바꾼 사례 달랑 1건
203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퇴출시키겠다는 화장품업계의 '2030 이니셔티브 협약'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고 있다.
17일 뉴스트리 취재결과, 2021년 1월 '2030 이니셔티브 협약'에 참여했던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로레알코리아 등 4개 화장품 회사의 브랜드 가운데 복합재질 용기를 재활용 가능한 단일재질로 교체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당시 4개 화장품 회사는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실현을 목표로 △재활용 어려운 제품 100% 제거(RECYCLE) △석유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REDUCE) △리필 활성화(REUSE) △판매한 용기의 자체회수(REVERSE COLLECT)를 4대 과제를 중점적으로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2030 이니셔티브 협약' 참여사 4곳 가운데 복합재질이 단일재질로 교체된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 포어 클리어 마스터'가 유일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해당 제품을 단일재질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로레알코리아는 '2030 이니셔티브 협약'을 선언한지 2년이 지났지만 단일재질로 용기를 교체한 사례는 단 하나도 없었다.
다만 LG생활건강은 이니셔티브 협약전 복합재질 용기를 단일재질로 교체한 사례가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니셔티브 협약 이후에 '오휘'와 '숨' 제품 트레이는 단일재질로 교체했다"면서 "고급감을 주기 위해 PS원단 위에 나일론 원사를 접착시켰던 후로킹 트레이를 PS단일 트레이로 변경했다"라고 밝혔다.
또 LG생활건강은 유리용기에 플라스틱 어깨장식이 부착돼 있던 것을 조립형으로 변경해 소비자들이 사용 후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변경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애경산업과 로레알코리아는 이니셔티브 협약 이후 복합재질 화장품 용기뿐 아니라 포장재 등 단일재질로 교체한 사례가 전무했다.
화장품 용기는 90%가 재활용이 불가능해서 '예쁜 쓰레기'로 불리고 있다. 대부분 복합재질인데다 화장품 잔여물이 남아있어 재활용할 수가 없다. 특히 복합재질은 유리와 플라스틱, 금속 등이 마구 섞여있어 재활용 자체가 아예 안된다. 이 때문에 2년전 시민단체들은 수천개의 화장품 빈병을 해당 회사 앞에 쏟아놓고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를 개선하고 재활용 대책을 마련하라며 '화장품 어택'을 벌이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촉구로 화장품 용기에만 예외적용됐던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문구가 표시되기 시작했고, 필요한만큼 구매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하지만 203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한지 2년이 지났지만 복합재질 용기를 단일재질로 바꾸는 진행율은 더디기만 하다.
그 이유는 단일재질로 만든 화장품 용기가 외관상 소비자 이목을 끌기 쉽지 않아 화장품 회사들이 도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장품 용기 전문제작사인 태성산업 관계자는 "단일재질로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회사는 아마 단 한곳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도 단일재질로 용기를 개발했지만 화장품 회사의 수요가 없어서 아직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내용물의 변질우려도 원인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단일재질로 용기를 만드는 것을 꺼리는 것은 꼭 외관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단일재질로 할 경우 화장품의 변질 우려 등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녹색연합 허승은 팀장은 "복합재질로 만든 화장품 용기는 외관이 화려해 소비자들의 구매선호도가 높지만 단일재질은 그렇지 못해서 화장품 회사들이 단일재질로 교체하는 것을 꺼리는 게 아닌가 한다"며,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율을 높이려면 소비자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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