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 유발"…국내 연구진이 입증

전찬우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8 19:17:48
  • -
  • +
  • 인쇄
호흡기 통해 폐까지 도달 확인
국내 법적분쟁에 영향 끼칠 듯
▲가습기 살균제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가족이 가습기 살균제와 해당 제품을 제조한 기업의 생산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유발 가능성을 입증했다.

국립환경과학원·경북대학교·안전성평가연구소는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동연구를 진행해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이 호흡기 노출을 통해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8일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용역과제인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체내 거동평가 연구(I)'로 수행됐다. 연구보고서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12월호에 게재됐다.

과학원은 호흡기에 노출된 CMIT/MIT가 폐에 도달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합성해 실험용 쥐의 비강(코)과 기도에 노출시켰다. 이후 쥐의 몸속으로 흡수된 방사성 동위원소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정량 전신 자가방사영상분석'(QWBA)을 시행했다. 그 결과 해당 물질들이 쥐의 호흡을 통해 '비강→기관지→폐'로 이동한 사실이 발견됐다.

그다음 실험용 쥐의 기관지 및 폐포 분비물을 생리식염수로 세척하여 세포 성분과 액상 성분을 채취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폐손상과 관련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 폐 염증 및 섬유화 지표가 CMIT·MIT 농도에 의존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추가적으로 무려 일주일(168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폐에 해당 물질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기도에 노출됐을 때의 농도가 코에 비해 2.2배 높았다. 연구진은 "가정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에어로졸 형태로 CMIT·MIT를 흡입하는 경우 인체 노출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며 "폐에 도달한 양은 이번 실험에서 코로 흡입한 경우와 기도로 흡입한 경우의 중간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가습기살균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가습기살균제 기업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CMIT·MIT 성분이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논문에서 "CMIT·MIT와 폐손상 간 연관성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단은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수는 올해 9월 27일 기준 4417명으로 집계됐다. 신선경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연구에 적용된 기술은 가습기살균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의 호흡기계 독성영향을 평가하는 데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안전한 화학물질 관리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