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적분쟁에 영향 끼칠 듯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유발 가능성을 입증했다.
국립환경과학원·경북대학교·안전성평가연구소는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동연구를 진행해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이 호흡기 노출을 통해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8일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용역과제인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체내 거동평가 연구(I)'로 수행됐다. 연구보고서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12월호에 게재됐다.
과학원은 호흡기에 노출된 CMIT/MIT가 폐에 도달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합성해 실험용 쥐의 비강(코)과 기도에 노출시켰다. 이후 쥐의 몸속으로 흡수된 방사성 동위원소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정량 전신 자가방사영상분석'(QWBA)을 시행했다. 그 결과 해당 물질들이 쥐의 호흡을 통해 '비강→기관지→폐'로 이동한 사실이 발견됐다.
그다음 실험용 쥐의 기관지 및 폐포 분비물을 생리식염수로 세척하여 세포 성분과 액상 성분을 채취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폐손상과 관련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 폐 염증 및 섬유화 지표가 CMIT·MIT 농도에 의존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추가적으로 무려 일주일(168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폐에 해당 물질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기도에 노출됐을 때의 농도가 코에 비해 2.2배 높았다. 연구진은 "가정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에어로졸 형태로 CMIT·MIT를 흡입하는 경우 인체 노출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며 "폐에 도달한 양은 이번 실험에서 코로 흡입한 경우와 기도로 흡입한 경우의 중간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가습기살균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가습기살균제 기업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CMIT·MIT 성분이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논문에서 "CMIT·MIT와 폐손상 간 연관성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단은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수는 올해 9월 27일 기준 4417명으로 집계됐다. 신선경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연구에 적용된 기술은 가습기살균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의 호흡기계 독성영향을 평가하는 데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안전한 화학물질 관리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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