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남탓..."민주당 다수였던 시의회 때문"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쏟아진 빗줄기는 서울 강남 일대를 순식간에 물바다로 만들었다. 대치동을 비롯해 강남역, 논현동, 서초동 일대는 자동차 지붕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물에 잠겼고, 인근의 지하상가들도 물이 들어차 상인들의 피해도 극심했다. 심지어 자동차들이 물살이 둥둥 떠다니기까지 했다.
2015년에도 강남역이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었지만 이번처럼 피해지역이 광범위하지는 않았다. 강남 일대가 저지대인데다 시간당 강우량이 100mm가 넘으면서 서울시 배수시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는 '예견된 인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약 900억원 삭감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편성한 올해 수방 및 치수 관련예산은 420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5099억원보다 897억원(17.6%) 줄어든 규모다. 최근 10여년간 가장 적은 예산이다. 수방 및 치수 예산은 2012년 4317억원에서 매년 증액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000억원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을 10년전보다 작은 4202억원으로 줄어버렸다.
수방 및 치수 예산은 집중호우 대비용이다. 침수 취약지역의 관로와 빗물받이 등을 준설하고, 빗물펌프장과 같은 수해 방수시설을 확충·정비하는 비용으로 주로 쓰인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이 예산을 줄여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세훈 시장이 폭우 대비에 소홀해 침수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오 시장이 지난 2011년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도 광화문과 강남지역 침수, 우면산 산사태 등의 재해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오 시장이 수해방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당시 서울시는 특별회계나 기금을 합치면 오히려 증가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물난리가 나자, 온라인에서는 오세훈 시장을 비꼬며 '오세이돈이 돌아왔다'는 조롱글이 퍼지고 있다.
이번 예산 삭감 논란에 대해 서울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서울시는 "445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였던 지난 시의회에서 248억원이 추가 삭감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해명대로라고 해도 올해 예산안을 세울 때부터 649억원을 삭감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의회가 248억원을 추가 삭감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주까지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황이지만 서울시의 중대재해와 안전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안전총괄실 실장과 국장도 공석인 상태였다. 서울시의 3급 이상 간부 인사는 오는 19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수해와 관련된 재난대응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측은 "현재 실·국장이 공석인 것은 맞지만 직무대행체제로 운영중"이라고 답했다.
지난 8일 서울에는 시간당 많게는 100㎜ 이상의 비가 퍼부었다. 강남구 테헤란로, 서초구 잠원로, 동작구 사당로 일대 도로가 침수됐고, 누수 피해도 잇따랐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일부 매장과 일대가 물에 잠겼고, 삼성동 코엑스 내 도서관에 누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하철 7호선 이수역 대합실에 비가 유입되면서 천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너진 역 천장 사이로는 물이 쏟아져 내렸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폭우로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 작업하던 구청 직원이 감전돼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이번 폭우로 8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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