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독립운동에 헌납한 명문거족의 후예 '김교헌'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7-17 08:01:02
  • -
  • +
  • 인쇄
[독립운동가 이야기] 경술국치 후 대종교 입교
민족사 체계화한 '신단실기'와 '신단민사' 저술
대종교의 2대 교주인 무원(茂園) 김교헌 선생은 340칸 대저택이 있을 정도로 명문거족의 후예였지만 독립운동의 길로 들어서면서 자신의 모든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에 바친 항일운동가로 유명하다. '대한독립선언문' 첫줄에 이름이 올라간 인물이기도 하다. 

김교헌 선생은 1867년 7월 5일 경기도 수원에서 부친 김창희와 모친 풍양 조씨 사이에서 4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그의 7대조 김주신(1661~1721)은 숙종의 장인이다. 아버지 김창희는 공조판서였고, 어머니는 판관을 지낸 조희필의 딸이다. 그는 집안의 종손으로, 영조때 하사받은 340칸 대저택에서 대대로 살았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결심하면서 그는 모든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쾌척했다. 그가 살던 340칸 대저택은 조계사가 인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무원 김교헌

선생은 18세 되던 해인 1885년 정시문과(庭試文科) 병과(丙科)에 급제했다. 그 후 권지부정학(權知副正學)·예조참의(禮曹參議)·예문관검열 겸 춘추관기사관·성균관전적·홍문관부교리·시강원문학·홍문관응교·수찬·성균관대사성·승정원좌부승지 등을 역임했다. 1898년에는 독립협회에 가입해 민중계몽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개혁내각 수립과 의회개설운동이 좌절되면서 17명의 독립협회 지도자가 구속되자 대표위원으로 선정되어 만민공동회 운동을 전개했다.

1903년에는 문헌비고찬집위원(文獻備考纂輯委員) 편집위원이 됐다. 그는 이곳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서적을 섭렵하고 지식을 넓히게 됐다. 선생이 5년에 걸쳐 완성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1908)는 상고시대부터 대한제국 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각종 제도와 문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1906년 그는 동래감리 겸 부산항재판소 판사와 동래부사로 재직하면서 항일의식이 고취된 것으로 여겨진다. 통감부의 비호 아래 자행된 일제의 경제침략에 맞서다가 일본인들의 횡포와 친일파 송병준의 모함으로 해직되고 말았다. 이후 그는 비밀결사단체인 신민회(新民會) 회원과 교유 관계를 맺었으며, 조선광문회에 들어가 현채·박은식·장지연 등과 함께 고전간행사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복직돼 1909년 규장각부제학으로서 국조보감감인위원 가선대부까지 승진했다. 선생은 규장각부제학으로서 '국조보감' 감인위원을 겸직했는데 '국조보감'은 조선시대 역대 왕의 업적 가운데 선정(善政)만을 모아 후세의 왕들에게 교훈이 되도록 편찬한 편년체 역사책이다.

그는 1909년 1월 15일(음력) 나철·오기호·이기 등과 서울 제동에 모여 단군교를 '중광'(重光, 교문이 다시 열림)했다. 단군교 중광에 참여한 인사로는 강우·최전·유근·정훈모·김인식·김윤식 등 수십명이었다. 주로 나철과 함께 대일외교항쟁을 전개한 인사들과 을사오적 처단의거에 참가했던 인사들이었다. 단군교는 다음해인 1910년 8월 5일 '대종교'로 교명을 바꾸고 포교활동을 통해 구국운동에 본격 나섰다. 

김교헌 선생은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를 당하자 대종교에 입교했다. 대종교는 1910년 8월 5일 단군교에서 '대종교'로 교명을 바꿨다. 단군교는 1909년 1월 15일(음력) 나철·오기호·이기 등이 서울 제동에 모여 '중광'(重光, 교문이 다시 열림)된 민족 종교였다. 중광에 참여한 인사는 강우·최전·유근·정훈모·김인식·김윤식 등 수십명이었다. 주로 나철과 함께 대일외교항쟁을 전개한 인사들과 을사오적 처단의거에 참가했던 인사들이었다. 김교헌 선생은 대종교에 입교한 후 이름을 외자 헌(獻)으로 바꿨다.

대종교 1대 교주인 홍암 나철 선생은 훌륭한 자질과 관직경력까지 갖춘 김교헌 선생을 각별히 신임했다. 선생은 입교 다음해인 1911년 총본사 요직을 거쳐 도사교위리(都司敎委理)의 중책을 맡아 4년간 직무를 수행했다. 유근과 함께 '단군의 사적을 살핀다'는 뜻의 단군 기록모음집 '단조사고'(檀祖事攷, 1911) 편찬을 주도하기도 했다. 1914년에 남도본사 전리, 1915년에 남도본사 도강사 및 전강 등 중책을 맡으면서 종리(倧理)와 종사(倧史)를 연구하던 중 1914년 '신단실기'(神壇實記)와 '신단민사'(神壇民史)를 저술했다.

'신단실기'는 대종교 종리에 관한 책으로, 단군을 종조로 내세워 민족종교의 교리와 단군사를 밝힌 것이다. 산단실기는 비록 일제에 나라는 강탈 당했지만 우리에게는 유구한 민족의 시조가 있고 민족사가 있으며, 민족의 고유한 종교가 있다는 것을 밝힌 종교서이자 민족혼을 일깨우는 국사서였다.

▲무원 김교헌 선생이 우리 민족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신단민사'

'신단민사'는 △상고(上古) - 신시시대, 배달시대, 부여시대, 종교, 제도, 문학기예, 풍속 △중고(中古) - 열국시대, 남북조시대, 종교, 제도, 문학기예, 풍속 △근고(近古) - 려요시대, 려금시대, 고려시대, 종교, 제도, 문학기예, 풍속 △근세(近世) - 조선시대, 종교, 제도, 문학기예, 풍속 등으로 나누어 시대구분을 했다. 김교헌은 근고에 요금(遼金)도 포함시켰다. 이는 만주를 우리 영역 즉 구강(舊疆)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민족사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체계화했다.

이 두 서책은 우리의 건국시조인 단군과 대종교를 연결시켜 그 연원(淵源)을 역사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체계적으로 세워 종래의 사대주의 사상을 불식하고 민족주체 사관을 정립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의 학문은 후에 박은식·신채호의 민족사학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최남선도 그에게 사사(師事)했다. 김교헌이 중국으로 망명한 후 그의 서적 대부분은 최남선이 갖고 있었고, 지금은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