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어떻게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나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7-04 0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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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이야기] 대종교와 신한청년당
그리고 임시정부로 이어지는 활약의 결과
'제국주의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질서는 재편됐다. 패전국들의 식민국가들은 '독립'의 기회를 맞았다.

연합국이던 러시아는 종전 직전인 1917년 10월 레닌이 중심이 된 볼셰비키에 의해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되면서 식민국가들의 독립을 지지했다. 또 미국의 윌슨 대통령도 1918년 1월 8일 의회에서 '모든 영토와 주권은 그 민족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민족자결의 원칙을 선언하면서 피억압 약소국들의 독립 욕구를 자극했던 터였다.  

윌슨의 민족자결은 패전국 식민지에 한정한다는 것이 전제였지만, 세계 도처에서 활동하던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은 이를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독립운동가들은 일찍이 종전에 대비해 대표단 파견까지 구상했다. 이는 1917년 작성한 '대동단결선언'에서 잘 드러난다. 이 선언문은 신규식, 조소앙 등 대종교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독립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임시정부를 수립하려고 계획한 제의(提議) 제창(提唱)한 문서였다.

임시정부 수립을 계획하던 와중에 1918년 11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19년 파리에서 승전국 27개국 대표들이 모이는 강화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독립운동가들은 이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다. 대표단 파견은 크게 4곳에서 추진됐다. 미국 대한인국민회는 이승만과 정한경 파견을 추진했고, 상해 신한청년당은 김규식 파견을 추진했다. 국내 유림계 137명도 '파리장서'를 작성하고 김창숙을 대표로 파견하기로 했다. 또 러시아 연해주의 대한국민의회는 윤해와 고창일을 대표로 파견하려 했다.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파견된 김규식

이 가운데 파리에 파견된 사람은 신한청년당의 김규식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파리에 대표단을 보내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백산상회가 1918년 12월 3000원이라는 거금을 내면서 경비 문제가 해결됐던 것이다. 백산상회는 대종교인 백산 안희제가 설립한 곳이다. 이에 앞서 1918년 8월 중국 상해에서 대종교인 박은식, 신채호, 홍명희, 김규식 등이 이끄는 동제사(同濟社)를 주축으로 한 '신한청년당'이 결성됐다. 당의 강령은 '대한독립·사회개량·세계대동' 3가지였다. 그해 12월 몽양 여운형이 당 명의로 된 '독립청원서'를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신한청년당은 파리로 김규식을 파견하기로 결정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코리아'를 알리는 게 급선무였다. 파리로 떠나기전 김규식은 "세계 각국 대표들이 내가 누군지 알 리는 없다. 지도상에 보더라도 조선 반도는 쌀알만큼 밖에 나타나 있지 않고 '코리아'라는 나라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나 혼자만의 말만 가지고는 세계의 신용을 얻기 힘들다. 신한청년당에서 사람을 서울에 보내어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라며 국내에서 독립선언 운동을 하라고 동지들에게 부탁했다. 이 요청에 따라 중국 길림에 있는 대종교 총본사에서는 1918년 음력 11월 항일무장 투쟁을 주장하는 '무오독립선언'(대한독립선언서)을 하기에 이른다. 이는 최초의 독립선언서다.

신한청년당은 파리강화회의에 김규식이 파견됐음을 국내외 동지들에게 알리면서 독립만세 시위를 일으킬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1919년 2월 8일 오후 2시 일본의 심장부인 동경 한복판 YMCA 강당에 400여명의 유학생들이 '조선청년독립단은 우리 이천만 민족을 대표하여 정의와 자유의 승리를 얻은 세계 만국의 앞에 독립됨을 선언하노라'라며 조선독립을 선포했다. 이를 '2·8독립선언서'라 한다. 이는 후일 3·1독립선언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오독립선언서에 이은 2·8독립선언서는 모두 외교독립론과 함께 무장독립투쟁을 주장했다. 이는 대종교 총본사-동제사-백산상회-신한청년당으로 이어지는 대종교도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일본을 동양의 적, 국제법규의 악마, 인류의 적으로 규정하고, 독립운동가와 독립단체에게 대일전쟁을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에 호소하지 않고 주권국의 당위성으로 독립을 선언했다. 독립은 강대국의 선물이 아니라 쟁취해야 할 것임을 주장한 것이다.

무장을 통한 자주독립을 주장한 사람은 또 있다. 밀양 출신의 김원봉이다. 김원봉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세 가지 일을 추진한다. 첫째 서간도에서 군대를 양성하는 일, 둘째 상해에서 잡지 '적기'를 발간하는 일, 셋째 파리강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하는 일이었다. 김원봉은 파리에 외교사절이 아닌 자객으로 김철성을 보냈다. 김원봉은 후에 의열단을 창단했다. 의열단의 활동지침 '조선혁명선언'은 육탄혈전으로 독립의지를 다진 단재 신채호가 써줬다.

▲대한민국임시정부 파리위원부 간부들이 파리강화회의 종료직후인 1919년 7월 활동을 도와준 프랑스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앞줄 맨왼쪽이 여운홍, 맨오른쪽이 김규식.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관용, 셋번째가 조소앙.

파리로 파견된 김규식은 처음에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신한청년당 대표로 갔지만 국가 대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급히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김규식을 외무총장과 파리강화회의 대한민국 위원겸 주(駐) 파리한국통신국 대표위원으로 임명하고 신임장을 파리로 발송했다. 이때가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가 수립된지 이틀뒤인 4월 13일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음이 드러난다.

이때부터 김규식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공식 외교대표로서 활동했다. 김규식은 파리에 '샤토당'가 38호에 '강화회의 한국민대표부'을 설치하고 이후 대한민국 주파리위원부통신국(Bureau de Information Coréenne)을 설립했다. 이런 김규식을 부러워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프랑스 식민지인 베트남에서 파견된 '호찌민'이었다. 그는 베트남인과 프랑스인을 법적으로 동등하게 대우할 것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베트남 인민의 요구서'를 청원서로 제출했지만, 회담장 복도에서 쫓겨나야 했다.

파리강화회의는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을 위한 회의장이었다. 승전국 식민지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독립문제가 상정되기를 기대했던 승전국의 식민지들도 파리강화회의에 각종 청원서를 제출하며 외교활동을 폈다. 이 회의에 청원서를 제출한 식민국가는 무려 30여개국에 달했다. 승전국인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도 그 중 하나였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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