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가 기후해결사?...하천을 '탄소흡수원'으로 바꾼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3 15:11:08
  • -
  • +
  • 인쇄
▲댐을 짓고 있는 비버 (출처=언스플래시)


비버가 강과 습지를 강력한 탄소흡수원으로 바꾼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버밍엄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비버 활동이 "하천을 순수 탄소흡수원으로 바꾼다"며 생태계 복원 효과를 넘어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0~2023년 스위스 북부 하천의 비버 서식지를 분석한 결과, 비버가 만든 습지는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탄소를 최대 10배 더 저장한다고 보고했다. 13년간 해당 지역에는 약 1194톤의 탄소가 축적됐는데, 이는 매년 헥타르당 약 10.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셈이다. 또 분석에 따르면 비버가 만든 습지 하나가 연간 평균 약 98톤의 탄소를 저장한다.

비버가 댐을 만들면 물의 속도가 느려지고 주변이 침수되면서 습지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퇴적물과 유기물, 무기탄소가 함께 쌓인다. 특히 땅속에서 용존 무기탄소가 제거되고 퇴적층에 축적돼 장기간 저장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계절별 차이는 있었다. 여름철에는 하천 수위가 낮아지고 퇴적물이 노출되면서 일시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퇴적물, 식생, 고사한 나무 등이 축적되면서 연간 탄소 흡수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습지에서 흔히 우려되는 메탄 배출량은 해당 지역에 저장된 탄소의 0.1% 미만이어서 기후 영향은 미미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렇게 축적된 탄소는 최소 수십 년간 유지된다. 연구 대상이 된 습지의 퇴적물은 인근 산림 토양보다 최대 14배의 무기탄소, 8배의 유기탄소를 함유했다. 댐 건설에 쓰인 나무 역시 전체 탄소 저장량의 절반을 저장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비버 개체수를 늘리면 기후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내 비버 서식이 가능한 범람원 전체에 이 같은 효과를 적용할 경우, 국가 연간 탄소 배출량의 최대 1.8%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 기반 기후해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평가된다. 연구를 이끈 조슈아 라슨 버밍엄대학 박사는 "비버는 단순히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탄소가 이동하고 저장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며 "하천을 강력한 탄소흡수원으로 전환시킨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루카스 할베르크 버밍엄대학 박사는 "불과 10여년 만에 자연 하천이 장기적인 탄소 흡수원으로 전환됐다"며 "비버 기반 생태 복원은 토지 이용 계획과 기후 정책에서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앤 인바이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생산적 금융' 물꼬 틔우는 시중은행들…투자전략은 '각양각색'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24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이 아닌 산업과 기업의

'카카오 AI 돛' 출범…"2030년까지 100개 AI 혁신기업 육성"

카카오그룹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지역 인공지능(AI) 인재와 혁신기업 육성 추진기구인 '카카오 AI 돛'을 설립한다. 카카오는 2030년까지 5년간 500억

포스코 '사고다발 기업' 오명 벗나...올들어 중대재해 'O건'

지난해 6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포스코가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산업재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포스코는 올

롯데·이마트, 메탄 감축목표 '낙제점'..."육류 위주 공급망이 문제"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육류·유제품·쌀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메탄 감축목표가 '낙제점'이라는 국제환경단체의 평가가 나왔다. 20일 글로벌 환

FC서울 홈 개막전 앞두고...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회용기' 도입

서울시가 오는 22일 열리는 FC서울 홈 개막전에 맞춰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의 편의점과 푸드트럭에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시는 서

도심 열섬현상 '빗물'로 잡는다...서울시, 관리시설 확대

서울시가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자 10억원 예산을 들여 빗물관리시설 확대에 나선다.서울시는 2026년 빗물관리시설 확충사업으로 성북구 등 9개 자

기후/환경

+

역대 가장 더웠던 '최근 10년'...바다 에너지 흡수량 '포화상태'

지난 10여년이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시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다가 인류 에너지 사용량의 18배에 달하는 열을 흡수하며 온난화가 가속되고

하와이 2~3개월치 비가 '하루에'...120년 된 '댐' 붕괴위기

하와이 오아후섬에 2~3개월에 걸쳐 내려야 할 비가 하루에 몽땅 내리는 바람에 대홍수가 발생했다.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 오아후

'히말라야 빙하' 녹는 속도 2배...20억명 생존 위협

히말라야 빙하의 녹는 속도가 2000년 이후 2배로 빨라지면서 20억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네팔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는 힌두

[이번주 날씨] 21℃까지 '껑충'...일교차 크고 미세먼지 '극성'

이번주는 온화하고 따뜻한 기온으로 완연한 봄날씨가 이어지겠지만 공기질은 좋지 않다. 또 일교차가 매우 커서 환절기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주 중

중동 전쟁 4주째...초기 2주에 온실가스 505만톤 배출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지 14일만에 500만톤이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전세계 84개 저배출 국가가 배출한 온실가

"온실가스 규제 왜 없애는 거야?"...美 24개주 트럼프 행정부에 소송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4개주가 기후규제를 철회한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19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