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이달 9일부터 부과하려던 고율 관세를 8월 1일로 연기하면서 관세를 둘러싼 한미간 무역협상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좋은 제안이 오면 받아들일 수 있다"며 협상 여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새벽 한국에 보낸 공식서한의 내용을 자신의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하면서 "오는 8월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이른바 '미국 해방의 날' 연설에서 예고했던 고율 관세의 시행 시점을 미룬 것이다.
이날 백악관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4개국에 동일한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트럼프는 SNS에 "편지를 보낸 것이 곧 거래의 시작"이라며 "200개국 모두를 만날 수는 없다"고 언급하면서 이번 조치를 협상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공식서한에는 "당신의 나라와의 관계에 따라 관세는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될 수 있다"며, 관세 부과가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명시했다. 한국 내 미국 기업의 현지생산 확대도 관세 면제 조건으로 제시됐다. 트럼프는 이번 조치를 "공정한 무역을 위한 압박"이라고 표현하며 "한국과의 무역 관계는 결코 호혜적이지 않았다"고 서한에서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철강, 자동차 등 한국 주요 수출품목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작년 기준 미국에 철강 39억달러(약 5조3000억), 자동차 부품 24억달러(약 3조3000억) 상당을 수출한 바 있어, 관세 부과시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게 된다.
트럼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구리에 대해서는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는 이달말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검토는 이달말 완료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미국 내 생산 유예기간 1~1년반 후 200% 관세"를 언급했다.
반도체의 경우 관세율과 시행 시점은 미정이지만,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만큼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트럼프는 이날 방위비 인상 가능성을 내비쳐 한미 관세협상에서 방위비를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내각회의에서 한국이 미국에게 지불하는 방위비가 너무 적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서한을 받은 우리 정부는 지난 8일 관계부처 대응회의를 열고 "외교 채널을 통한 대응에 나서겠다"며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8월 1일까지 약 20여일이 남은 가운데, 트럼프가 실제 관세 집행에 나설지 여부는 각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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