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7일 밤사이 200∼3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곳곳이 무너지고 잠기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밤새 침수를 피해 대피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특히 충남은 시간당 100㎜, 서산은 불과 10시간 반만에 무려 440㎜에 육박하는 비가 쏟아졌다. 1968년 1월 역대 최고치, 1년치 강수량의 35%에 달한다. 기상청은 충남권에 내린 비의 양이 "2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며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서산에 114.9㎜의 비가 쏟아진 것은 '100년 만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천 수위가 급격하게 오르자 인근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부여, 서천 등지의 84가구·124명이 인근 마을회관과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당진천 주변 지역이 침수되면서 인근 주민 50명이 당진초등학교에 머물고 있고, 주택 침수가 우려되는 서천군 서면 도둔리 마을 주민 3명은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다.
청주시에서는 10개 마을 주민 90여명이 대피했다. 하천 범람이 우려되는 오송읍 상봉2리, 호계리, 북이면 화상리 등 4개 마을 주민 80여명은 인근 마을회관이나 다목적체육관으로 이동했고 산사태 취약지역 6개 마을의 주민 10여명도 대피한 상태다.
서울에서도 서대문구 증산교 하부도로가 물에 잠겨 통제됐다. 청계천, 안양천 등 서울 시내 하천 29곳은 전날 오후 5시부터 통제되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충남 서산의 한 도로에서는 차량이 침수돼 50대 1명이 숨졌다. 서산 성연면 성연삼거리 일대에는 빗물이 가득 찼고, 읍내동 골목과 도로는 침수됐다. 당진시 채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도 빗물이 들이차 차량 10여대가 침수됐다.
충남 지역에서는 21개 학교에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당진정보고는 빗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오르며 학교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탑동초등학교도 운동장이 성인 발목 높이까지 잠겨 학생들의 등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미초와 용연유치원도 진입로 일부가 침수돼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진·서산·아산·예산·홍성 등 5개 시군의 모든 학교와 천안 7개교와 공주 12개교 등 총 502곳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기찻길과 도로도 통제되고 있다.
쏟아지는 비를 버티지 못해 시설들이 무너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충북 음성군 음성읍의 한 주택 뒤편 옹벽이 무너져 액화석유가스(LPG) 가스통이 파손됐다. 이에 따라 가스가 소량 누출돼 당국이 안전조치를 취했다.
경기 오산시 고가도로에서는 10m 높이의 옹벽이 무너지며 고가도로 아래 도로를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차량 운전자 40대 1명이 숨졌다.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인근 주민들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불안에 떤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주변은 붕괴 우려로 인해 수백 미터 지점까지 구조 인력을 제외한 취재진 및 시민들의 접근이 통제됐다.
많은 비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산림청은 17일 대전·세종·충남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서는 배수로를 정비하던 주민 등 4명이 폭우에 쓸려 내려온 토사에 신체 일부가 매몰됐다. 이 가운데 2명은 자력으로 탈출했고, 2명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1명은 중상, 2명은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면사무소 직원인 나머지 1명은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양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폭우에 동반된 낙뢰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진천군의 한 공장에서 낙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불은 폐아세톤이 저장된 옥외 저장탱크에서 시작됐으며 3시간여만에 진화됐다. 충주에서도 물류창고에 불이 나 소방서 추산 5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비는 18, 19일까지 계속 예보돼 있어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