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할 때마다 1조원이 '술술'...K-원전 사실상 올스톱?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1 16:58:36
  • -
  • +
  • 인쇄
▲신고리 1호기 (사진=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맺은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원전 수출길이 막히면서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사실상 올스톱 상황에 직면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 기조로 볼 때, 국내에서 신규 원전을 건설할 가능성도 없어 국내외 모두 꽉막혀버린 상황이다.

뒤늦게 밝혀진 한수원과 한전이 미국 WEC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는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원전을 수주하는 것이 WEC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비판을 들끓게 하고 있다. 앞으로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라이선스비를 내야 하고,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어치의 물품·용역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독소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전1기를 수출할 때마다 WEC는 1조1400억원의 수익을 챙기는 식이다.

뿐만 아니다. 이 '협정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북미와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 수출 가능지역은 체코와 중동, 중앙·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만 가능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면 원전 원료인 우라늄을 100% 공급받아야 하고, 그외 지역은 50% 공급받는 조건도 들어있다. 심지어 독자개발한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수출할 때에도 WEC의 검증을 받도록 돼 있다. 이 협정서가 체결되면서 한수원은 실제로 스웨덴과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폴란드 등 유럽 국가의 원전 수주 사업에서 철수했다. 체코 원전수주를 놓고 '유럽시장 교두보'라고 했던 평가가 허장성세였던 셈이다.

공기업인 한수원과 한전이 이처럼 불공정한 계약을 WEC와 체결한 배경은 체코와 원전 본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체코 원전 수주를 대단한 업적으로 알렸는데 WEC가 원천기술 사용에 대한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고, 한수원과 한전은 본계약을 앞두고 제기된 소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EC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이 협정서에 발목이 잡혀 한수원은 원전 수출지역도 제한받는 데다, 수출할 때마다 1조원이 넘는 돈을 WEC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WEC가 수출을 허락한 중동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원전을 수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원전 건설을 앞두고 있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와 중국이 선점하고 있고, 아프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 원자력공사 로사톰은 이집트 원전을 수주한 것 외에 아프리카 지역에서 최소 20개국과 원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국도 자체 개발 원자로인 화룽 1호와 기술 이전·건설·금융 등 패키지를 만들어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원전 신설은 국내에서도 쉽지않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올초 확정됨에 따라 오는 2038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은 확정된 사안이지만, 지역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대로라면 원전 추가 건설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려면 원전을 늘릴 수가 없기 때문에 신설할 계획인 대형 원전 2기도 사실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원전 수주 사업을 주도하던 한수원의 발이 묶이면 수출길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원전시장의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뼈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협정은 한수원과 한전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원전 건설, 설계 기술사 등 원전 산업이 완전히 막혔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