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볕더위가 극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에서 발생하던 산불이 몇 일째 번지면서 축구장 1만5400개 면적에 달하는 1만1000헥타르(ha)가 잿더미로 변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미국 서부지역인 워싱턴주에서 애리조나주에 이르기까지 '폭염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지난 21일 캘리포니아주 북부지역인 나파와 오리건주 중부인 데슈트 지역에서 동시에 산불이 발생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와이너리가 밀집해 있는 나파 카운티에서 발생한 '피켓 화재'(Pickett Fire)로 명명된 산불은 사흘간 이어지면서 24일(현지시간)까지 약 2832헥타르(ha)가 불탔다. 2045명에 달하는 소방인력이 투입됐지만 진화율은 11%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소방 당국은 "35℃가 넘는 기온에 건조하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산불의 규모에 비해 인명과 건물 피해는 아직 크지 않다. 다만 산불 발생 지역 인근에 약 615개의 건물이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오리건 중부 데슈트 카운티와 제퍼슨 카운티에서 발생한 '플랫 화재'(Flat Fire)는 순식간에 번지며 현재까지 약 8900ha를 불태웠다. 오리건 소방국은 화재가 번지는 방향에 맞불을 둬 확산 속도를 늦췄지만, 아직 진화율이 0%다. 화재가 발생한 지역이 워낙 깊은 숲속이어서 접근이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현재 827개 건물이 화재에 소실될 위협에 놓였고, 인근 주민 약 1만여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번 산불은 최근 서부지역을 덮친 최악의 폭염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가간 산불센터(NIFC)는 "서부지역의 기온이 평년 대비 10℃가량 높은 데다, 건조하고 대기까지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폭염으로 메마른 숲에 강풍까지 불면서 불길을 빠르고 확산됐다"고 말했다.
NIFC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4만4800건으로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많다. 이 가운데 대형 산불로 번진 건수만 5000건이 넘는다. NIFC는 '현재 산불이 발생한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외에도 네바다와 유타,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도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NIFC 기상전문 연구원은 "폭염은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기상재해로 매년 관련 사망자와 피해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폭염 자체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유발되는 가뭄, 산불 등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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