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유피에스(UPS), 알리바바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사람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송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바퀴 달린 상자 모양의 로봇이 아닌, 사람처럼 팔과 다리, 머리까지 달린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집앞까지 물건을 직접 배달하고 고객과 대화까지 주고받는다.
휴머노이드 배송로봇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것은 현재 물류 체계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바퀴형이나 드론형 택배로봇은 문턱·계단·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는데 한계가 있고, 실내외 복합공간 이동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동의 제약이 거의 없는 편이다.
아마존은 '휴머노이드파크'라 불리는 실내 장애물 테스트장을 구축하고, 전용 소프트웨어와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로봇은 택배차량에서 물건을 하차하고, 고객의 문앞까지 배송하는 시나리오로 설계돼 있다. 아마존은 이 로봇을 통해 최대 200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류기업 UPS는 피규어AI(Figure AI)와 협력해 휴머노이드 배송로봇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피규어가 선보인 최신 모델 '피규어02'는 BMW 공장에서 사람과 같은 동작으로 부품을 운반하며 작업 속도를 4배, 성공률을 7배 향상시킨 것으로 보고됐다. 시선·언어·행동이 연동된 로봇 모델을 탑재해, 복잡한 작업 환경에서도 인간과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국 항저우에서는 어러머(Ele.me)가 알리바바의 유통 플랫폼 '타오바오 플래시세일'과 연계해, 유니트리(Unitree) 휴머노이드 로봇을 쇼핑몰 등 실외 현장에 투입했다. 로봇은 상체를 회전하거나 팔을 움직이며, 지정 위치까지 직접 상품을 운반했다.

반인반수처럼 상체는 휴머노이드 모습이고 하체는 바퀴가 달린 반휴머노이드 구조의 로봇도 등장했다. 중국 푸두로보틱스(Pudu Robotics)가 공개한 '플래시봇 암(FlashBot Arm)'은 병원·호텔·사무실 등에서 층간 배송을 수행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직접 누르고, 고객과 대화하며, 실시간으로 경로와 업무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휴머노이드 배송로봇은 기존 바퀴형 로봇이 넘지 못했던 계단, 문턱, 비표준 건축물, 실내외 혼합공간 그리고 고객 응대까지 자유자재로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택배 휴머노이드 기술의 본질을 '대체'보다는 '협업'으로 본다. 단순 적재나 경로 탐색은 로봇이 맡고, 복잡한 고객 응대나 예외 상황 대응은 인간이 처리하는 방식이다. 실제 배달 현장에서는 고중량 배송을 로봇이 전담하고, 택배기사는 실시간 오류 조정과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협업을 검증한 연구가 있다. 홍익대학교 연구진은 실제 택배기사들을 대상으로 AI 기반 휴머노이드와의 협업 시나리오를 설계해 테스트했다. 그 결과, 반복적인 중량물 운반, 고객 클레임 대응 같은 고부담 업무를 로봇이 맡았을 때 오류 회복성과 신뢰 수준은 90%에 달했다.
작업자와 로봇은 실시간으로 연동된 앱을 통해 협업한다. 앱에서 배송지를 확인하고, 고객 클레임 발생 시 로봇에게 경로를 변경하라고 지시할 수 있으며, 반품 수거 등도 로봇이 수행할 수 있다. 대화형 명령·터치 입력·제스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로봇을 조작할 수 있도록 멀티모달 인터페이스도 적용됐다.
아직은 사람이 문을 두드리지만, 조만간 로봇이 택배상자를 들고 문을 두드리는 날이 올 것이다. 물류산업용 휴머노이드는 사람을 보조하는 로봇으로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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