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고 춤추고 격투기까지...휴머노이드가 몰려온다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9 08:00:03
  • -
  • +
  • 인쇄
[AI 휴머노이드, 어디까지 왔나 ①]


귀찮은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로봇이 대신해준다면? 영화같은 일이 현실에서 펼쳐질 날이 머지 않았다. 중국에서 개발된 리쥬(Leju) 로봇은 방바닥에 놓여있는 물건을 줍고, 세탁기 앞에서 빨래도 한다. 사과나 달걀을 집을 수 있을 정도로 힘조절이 가능한 로봇도 등장했다. 심지어 러닝화를 싣고 사람들과 나란히 마라톤을 하는 로봇도 있다. 

사람의 모양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몰려오고 있다. 인공지능(AI) 두뇌를 지닌 이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한다. 로봇이 단순히 산업용으로 사용되던 단계를 넘어서 인간의 일상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차세대 시장을 잡기 위한 기술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중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로봇 등록기업 수는 지난해 기준 45만개에 달했다. 정부 주도로 휴머노이드 개발에 집중해왔던 중국은 올 연말까지 1만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할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20년간 로봇산업에 1380억달러(약 190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요리하는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 (자료=웨이보)

중국의 휴머노이드 생산은 유비테크, 유니트리, 리쥬 등 주요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조립·물류·요양·가사 등 다양한 목적의 휴머노이드를 상용화 단계로 진입시키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제조라인에 투입되거나 노인시설 등지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시장규모는 약 1조1400억원에 이르며, 중국 내 생산량은 올해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과 같이 마라톤을 하는 휴머노이드도 등장했고, 격투기를 하는 로봇도 있다. 중국 기업들은 대중적인 이벤트를 통해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산업이나 서비스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공공분야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사업을 속도감있게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달리, 미국은 민간기업 주도로 휴머노이드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휴머노이드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진화시키고 있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5000대를 자사 공장에서 시험운영할 계획이다. 공장작업에 적합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 피규어AI(FigureAI)는 지난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6750만달러를 투자받아 연간 1만2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구축했다.



미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 범위는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 교육청은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 로봇을 초중등 수업에 도입했으며, IT전시회와 테마파크 등 대중 콘텐츠 산업에도 활용하고 있다. 센서와 언어모델 발전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콘텐츠 수요도 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경쟁은 속도와 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중국은 부품 국산화·제조 단가 절감을 통해 빠르게 대량 보급 체계를 구축하는 반면, 미국은 생성형AI·로봇운영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중심 생태계 구축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이다. 실제로 중국은 산업현장, 미국은 디지털 서비스 중심의 상용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 분야는 산업에서 가정까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공정에서 반복작업용으로 투입하거나 인구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요양시설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택배운반이나 집안일을 하는 로봇에 대한 수요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감정케어 기능까지 염두에 둔 '동반자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자동차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자료=보스턴다이내믹스)

이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통해 부품 운반 로봇을 생산라인에 투입할 예정이며, 삼성은 로봇 관련 조직을 통합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해 탑승형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내재화에 나섰다. LG는 CES에서 AI 기반 도우미로봇 Q9을 공개하고, 미국 로봇업체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양산력과 기술통합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가전·모빌리티 등 기존 산업 역량과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중국은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첨단제조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고, 미국은 생성형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서비스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국의 휴머노이드 개발은 기술뿐 아니라 산업정책과 지정학까지 맞물린 '미래 주도권 경쟁'의 연장선에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섣부른 기대를 견제하는 신중론도 있다. 중국 유니트리 CEO 왕싱싱은 "휴머노이드가 진짜로 일상에 진입하는 '챗GPT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핵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돌파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코오롱 사장단 임원인사...40대 신규임원 대거 발탁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에 코오롱ENP 김영범 사장을 내정하는 등 코오롱그룹이 24일 올해 정기인사를 일찌감치 단행했다.신임 김영범 코오롱글로벌 대

기후적응 신품종 개발한 CJ제일제당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 수상

기후대응 신품종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이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어워드'를 수상했다. CJ제일제당은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주관하는 '제15회 기후변

러쉬,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용기 도입...글로벌 뷰티업계 최초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가 글로벌 뷰티업계 최초로 '오션 플라스틱 방지 인증(Prevented Ocean Plastic™, 이하 POP)' 용기 비중을 늘

해킹 피해 안당했다더니...LG유플러스 서버도 뚫렸다

LG유플러스도 서버가 해킹 당한 정황을 사이버 보안당국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이통3사가 모두 사이버침해를 당했다.23일 연합뉴스는 LG유플러스

LG CNS, 난민 돕는다...유엔난민기구에 AI법률지원 서비스 기부

AX전문기업 LG CNS가 유엔난민기구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난민 법률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기부한다고 23일 밝혔다. AI 기술을 통해 법률서비

대한항공, 캐나다 2대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 10% 확보 완료

대한항공이 캐나다의 2대 항공사인 웨스트젯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대한항공은 캐나다 웨스트젯의 지배회사인 '케스트렐 탑코'(Kestrel Topco) 및

기후/환경

+

'슈퍼태풍' 배후는 석유기업?..."소송으로 기후책임 묻는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기후변화를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소송을 당하거나 패소하는 등의 사회적 책임이 가해지고 있다. 필리핀의 슈퍼태풍에서 살

막가는 트럼프 행정부...북극곰 서식지에 석유시추 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알래스카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ANWR) 전역에 석유·가스 시추를 할 수 있도록 승인해 빈축을 사고 있다.23일(현지시

美플로리다 산호...유례없는 해양 열파에 사실상 '멸종단계'

미국 플로리다의 산호초가 기후변화로 사실상 멸종단계에 이르렀다.24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시카고의 셰드수족관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해안에 서

기후재난 절반이상 발생하는 아시아...기후 대응정책 '시험대'

폭염·가뭄·홍수 등 기후재난이 잇따르자 아시아 각국이 적응 중심 대응에 나섰다.22일(현지시간) 뉴질랜드의 아시아미디어센터(Asia Media Centre

끝나지 않은 더위에 日 농업 직격탄…벼·과일·채소 수확량 급감

일본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면서 벼와 과일, 채소의 생산량과 품질이 급감하고 있다. 쌀값이 2배 이상 치솟았던 일본에서 기후변화로 농산물

기후적응 신품종 개발한 CJ제일제당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 수상

기후대응 신품종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이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어워드'를 수상했다. CJ제일제당은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주관하는 '제15회 기후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