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수온이 전세계 평균속도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상승하면서 명태는 씨가 마르고 오징어는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13일 발간한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968∼2023년 56년간 전지구 표층 수온이 0.7℃ 오르는 사이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2배에 달하는 1.44℃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해는 같은 기간 전세계 평균의 3배가량인 1.9℃나 올랐다.
최근 기후위기로 북태평양 고기압을 비롯한 대규모 기단들이 한반도 주변에 열을 가둬놓고, 저위도에서부터 더 많은 양의 따뜻한 해류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인근 해수 온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6년간 서해도 1.27℃, 남해도 1.15℃ 오른 상황이다.
이 가운데 동해의 수온 상승이 폐쇄적인 해역인 서해의 1.5배나 될 정도로 유독 두드러진 이유는 찬물과 따뜻한 물의 경계선이 점점 북쪽으로 이동한 탓이라는 게 수산과학원의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동해에서는 과거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명태의 씨가 마르고 오징어는 어획량이 급감했다.
명태는 연간 어획량이 1980년대에는 10만톤이 넘었지만, 지난 2007년 이후 1∼2톤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해졌다가 2019년부터 어획이 전면 금지돼 러시아산에 의존한다. 해양수산부가 2014년부터 고갈된 명태 자원을 회복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부화해 키운 어린 명태를 바다에 푸는 '명태 살리기 사업'을 하고 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오징어는 2000년대에는 연평균 20만톤 정도 잡히다가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인 2만3000톤까지 줄어 '금징어'라고 불릴 만큼 가격이 급등했다. 동해 수온 상승으로 어군이 형성되지 않고 개체 분포가 넓어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온 상승은 명태와 오징어 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장 지도 자체를 뒤바꾸고 있다. 수과원 보고서는 2010년대부터 살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했고, 멸치와 고등어도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라는 분석이다. 반면 주요 난류성 어종인 방어, 전갱이, 삼치는 지난 40년간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또 수과원에 따르면 제주 연안에서 수온 상승에 따라 아열대성 어종의 종수, 개체수, 밀도 모두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제주도 내 수산물 시장에서 아열대 어종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서해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꽃게가 살기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꽃게 어획량도 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바다는 2100년까지 수온이 1∼4℃ 상승할 것으로 예측돼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수과원이 표층 수온을 관측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수온이 가장 높은 해였고, 올해도 지난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수과원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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