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측 변호인단이 자신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법적 근거를 묻는 묻는 재판부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에서 열린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재판장 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민희진 전 대표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에게 "프로큐어 조항의 강제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채무자(하이브) 측 주장이며 (하이브 측은) 근거와 판례도 제시했는데 채권자(민희진) 측은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프로큐어는 대주주가 이사들에게 의결권 행사 등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주주인 하이브가 어도어의 사내이사들에게 민희진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라고 업무지시를 내려달라는 것인데, 민희진 측은 주주간계약을 근거로 이를 요구하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의 질문에 세종은 "학설이나 판례를 찾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민 전 대표측이 프로큐어의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 하이브 측은 프로큐어 조항의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다수의 학설과 판례를 제시했다. 특히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프로큐어 조항의 경우 한층 더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취지의 학설 4건도 변론 내용에 포함했다.
학설과 판례들은 대부분 대주주가 그러한 지시를 한다 하더라도, 이사들은 이를 따를 의무가 없기 때문에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가 근거로 제시한 견해 중 하나는 지난 5월 동일 재판부에서 열린 가처분에서 세종 소속으로 민 전 대표를 대리한 변호사의 논문에 포함된 내용이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해당 논문에는 "프로큐어 조항에 의한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으며, 이행 청구나 가처분 신청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재판부는 세종 측에 "애초에 신청취지를 특정하라고 보정하지 않았느냐"며 "주총 안건에도 안 올라와 있는, (그래서 안건이) 특정되지 않았는데 의결권행사를 청구한다는 것은 너무 막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도어 이사회에서 찬성의결권 행사를 구하는데 어도어 대표이사 선임의 안건이 올라와있지도 않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가처분 낼 대상 안건이 없는데 어떤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냐는 취지다.
이에 세종 측 법률대리인은 "언제든 청구 가능하며 날짜를 특정하기가 애매해서 놔뒀다"면서 "이사회 소집청구시 바로 이사회에 안건청구하고 이사회 소집한다고 하면 일자로 명확히 특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어도어가 (민 전대표를) 이사로 선임 여부가 불확실해서 이사회 소집청구서 써놓고 아직 발송 못하고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서 하이브는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이브 측은 이날 "재판부에 약속드렸고 대외 공표되어서 전국민이 주목하는 상황"이라며 "정 못 믿는다면 철회 불가능한 위임장도 제출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재판부는 세종에 대해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들에 민전대표 재선임에 대한) 업무집행을 지시하고 위반시 1회당 100억원씩 이행강제금을 청구했는데 위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세종 측이 "이사들에게 지시서를 보내면 집행되었다 생각한다고 답하자 재판장은 "말로 하면? 집행관이 했는지 안 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하는데 판단기준이 뭐냐"고 캐물었다.
세종 측 대리인들은 "하이브가 지시해도 안 따르면 그 이사에대한 해임청구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강제집행되어야한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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