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토끼에 이어 늘어나는 사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현지시간) 100명 이상의 호주 빅토리아주 토지소유자와 관리자, 환경단체 및 학자들은 빅토리아주 농업부 및 환경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야생사슴의 법적 지위를 보호동물에서 유해동물로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서한까지 보내게 된 배경에는 야생사슴 개체수가 급증했기 때문. 조던 크룩 빅토리아국립공원협회 관계자는 "사슴이 농업과 환경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여우, 토끼, 돼지와 함께 사슴을 유해동물로 인식하고 보호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야생사슴이 주 전체에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열대우림, 고산습지 등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중요한 서식지를 파괴하고 농업 및 도로 안전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며 "야생사슴을 유해동물로 지정하고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에서 사슴은 야생동물보호법 입법 당시 토종동물과 함께 보호동물로 지정됐다. 그러나 해당 법은 입법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은 채 관료적 유물로 남았다는 것이 크룩의 설명이다.
라 트로브 대학의 생태학자 알렉스 메이지 박사도 "야생사슴이 단데농 산맥의 셔브룩 숲과 같은 온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다"며 "몬불크 크릭에 흐르던 수정처럼 맑은 개울은 사슴들에게 짓밟혀 탁한 진흙물이 됐다"고 말했다.
메이지 박사에 따르면 사슴이 셔브룩 숲에 서식하는 사사프라스 나무의 90% 이상을 심하게 손상시켰다. 나뭇잎 덮개가 사라지면서 습하고 그늘진 지역이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금조류와 셔브룩옆새우(sherbrooke amphipod) 등 지역 고유종의 서식지에 악영향을 미쳤다.
빅토리아주 그램피언스 지역의 농장주 톰 구트리는 "사슴 수가 이미 통제불능 상태"라며 "10년 전에는 무리지어 5~6마리가 보였는데, 어제는 40마리가 모였다"고 말했다.
사슴은 농부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입혔다. 이들은 쉽게 울타리를 뛰어넘어 포도원을 망치고, 포도를 비롯한 귀중한 농작물들을 뜯어먹는다고 구트리는 전했다. 이어 그는 "10년 후 사슴 수가 더 많아진 후에 줄이려면 너무 늦을 것"이라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비정부기구 침입종위원회(Invasive Species Council)에 따르면 빅토리아주의 야생사슴 개체수는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른다. 호주에서 사슴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3년 사냥한 사슴의 수는 약 13만7090마리다.
하지만 호주사슴협회는 사슴을 유해동물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협회는 "야생사슴 관리에 관심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해동물 지정을 추진하는 일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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