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의 잔반 기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이를 허용해달라는 국민청원이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지난 9일 올라온 이 청원에 21일 현재 2000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 청원을 올린 이는 자신을 관악구에 거주하는 1인가구라고 소개하면서 "식약처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매뉴얼과 시행규칙 일부를 개정하면 되는 문제임에도 탁상행정으로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소극행정"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청원서는 식약처가 학교와 관공서의 급식에서 손도 안댄 남은 잔식을 기부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한 데 따른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집단급식소 미배식 음식을 푸드뱅크에 기부할 수 있느냐"고 식약처에 질의했고, 식약처는 이같은 답변을 내놨다. 이에 경기도는 식약처의 방침을 도내 31개 기초지자체와 80개 푸드뱅크에 전달하며 잔식 기부를 중단시켰다.
식약처가 '위생상' 이유로 잔식 기부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집단급식소에서 조리한 음식은 3시간 이내에 섭취해야 하는데 조리 후 배식까지 2~3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잔식을 푸드뱅크로 이동시키고 이를 도시락으로 제공해서 섭취하기까지 7~8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음식이 변질돼 식중독 발생 우려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식약처가 반대하는 이유다.
푸드뱅크는 기업 등에서 식자재를 기부받아 취약계층에게 나눠주는 보건복지부 사업이다. 경기도는 도내 7개 시군 40~50개 학교에서 발생하는 잔식을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잔식 기부가 끊기면서 푸드뱅크들은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던 도시락 지급을 중단해야 했다.
이에 경기도 복지사업과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식중독 위험성을 고려해 식약처의 의견에 따라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며 "식약처가 의견을 바꾸지 않는 이상 사업을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기부의 수혜자이던 취약계층도 완제품 형태로 다른 물품들을 여럿 기부하고 있어 크게 타격이 없다면서도 "예전보다 기부되는 양은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잔식 기부 시범사업을 시작한 서울시교육청은 기부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올해가 시범사업 첫 해이니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개선점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원서를 올린 이는 "연간 885만톤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8000억원의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면서 "잔식을 기부하는 것은 음식물 처리비용과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길이므로 제도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그냥 버려지는 음식이 누군가에겐 생명이자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며, 관계당국들이 협업을 통해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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