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율로 참가·탈퇴...참여하면 각종 혜택
일본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지 10개월만에 747개 기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처럼 강제성이 없지만 다양한 지원책이 기업들로 하여금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일본 배출권거래제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규모나 탄소배출량에 따라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우리나라나 유럽연합(EU)과 달리, 일본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각종 금융·세제혜택을 지원하는 전략으로 기업들의 배출권거래제 참여를 이끌어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10월 'GX(녹색전환) 추진법'을 시행함과 동시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했다. GX 추진법의 핵심 목표는 '경제성장'으로, 이와 함께 도입된 배출권거래제 역시 기업의 녹색전환 노력이 성장과 연계될 수 있도록 기업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참가·탈퇴를 기업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감축 목표 역시 기업이 직접 설정한다. 탈탄소가 본질적으로 어려운 탄소 다배출 산업에 대해서는 배출저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별도로 지원한다.
탄소 다배출 산업은 항공, 시멘트, 전기 발전, 가스, 석유, 펄프 및 제지, 해상운송 등 9개 분야가 선정됐다. 이 9개 산업은 친환경에 특화된 사업이 아니더라도 저탄소 전환 활동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전환금융'으로 인정해준다. 금융기관이 배출량에 대한 우려없이 탄소 다배출 기업에 자금을 적극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환금융은 그린이노베이션기금, GX경제전환채권 등과 연계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탈탄소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대규모 투자 자금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지원할지 상세한 내용을 담은 투자촉진책을 발표해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GX로드맵과 분야별 투자액을 공표한 일본은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20조엔(약 200조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해 향후 10년간 GX 관련 기술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철강과 화학산업은 '전략 분야'로 선정해 녹색전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생산단계에서도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경우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10년간 법인세의 최대 40%까지 공제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힘입어 배출권거래제 시장은 강제성이 없음에도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747개 기업이 참여했다. 다배출 산업인 항공운수 기업들은 100% 참여했고, 철강업은 98%, 펄프·종이·종이 가공품 제조업은 95%, 석유·석탄 제조업은 91%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747개 기업이 일본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은 807개로, 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총량은 전체의 73.5%다. 일본의 배출권거래제 규모는 아직 우리나라에 비해 작지만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역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장현숙 그린전환팀장은 "우리나라도 탄소배출 저감에 노력하는 기업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과 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지향점을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 달성이라는 '규제'에서 벗어나 산업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일관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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