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열리는 유엔 미래정상회의를 앞두고 작성된 '미래를 위한 협약' 초안에 '화석연료 전환'이 빠지자, 노벨상 수상자 등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제14대 달라이 라마, 아일랜드 전 대통령 메리 로빈슨,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 스웨덴 전 총리 스테판 뢰벤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77인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화석연료를 캐내고 태우는 일은 유엔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모두 훼방놓는 일"이라며 "유엔 미래정상회의가 화석연료 위협을 다루지 않는다면 이름값을 못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유엔에 보냈다.
'미래를 위한 협약'은 오는 9월 23~24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미래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유엔 미래정상회의는 2030년 만료되는 SDG 이후의 의제와 경제·금융, 평화·안보에 있어 유엔의 역할을 재규정하는 중요한 회의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미래를 위한 협약' 초안에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각국이 합의한 "화석연료 전환 가속화", "정의로운 전환" 등의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최근 사전협상 과정에서 이 내용이 아예 빠져버린 것이다. 이에 세계 지도자들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인 화석연료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서한에 참여한 199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조디 윌리엄스는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운 미래가 아니고서는 지구의 미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지구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전세계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해야만 하고, 그러려면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배출량을 43% 줄여야 한다. 탄소배출량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COP28에서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탈피해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도록 관련 국제기금을 6배 늘려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엔 미래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 예정인 COP29에 앞서 기후관련 마지막 주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도자들은 공개서한에서 "극한기후를 부추기고, 산불, 치명적 폭염, 가뭄, 홍수 등 전세계적으로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면서 대학살이 벌어질 뿐 아니라, 국제협력의 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한세기에 한번 있을 법한 기회를 놓쳐버릴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파리기후변화협정의 1.5℃ 목표에 따라 석탄, 석유, 가스추출에서 벗어나 빠르고 공정한 전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강력한 공약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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