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서식하는 야생 조류들이 항생제 내성균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새뮤얼 셰퍼드 이네오스 옥스퍼드항균연구소 교수연구팀은 도시에 서식하는 야생조류 30종의 배설물 샘플 700개에서 발견된 박테리아 유전체를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조사대상 국가는 캐나다, 핀란드,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일본, 스웨덴, 영국, 미국 8개국이다.
항생제 내성(AMR)은 주로 항생제 등 약물을 과도하게 사용해 발생하며 중대한 보건문제로 관심을 받고 있다. 2019년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에 발생한 약 495만건의 사망이 박테리아성 AMR과 관련이 있으며, 이 중 127만건은 항생제 내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연구진은 도시 환경에서 발견되는 야생조류가 다양한 약물에 대한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의 저장소라고 밝혔다. 더욱이 조류는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며 균을 퍼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조류의 장내 미생물 군집에 흔하지만 인간에게는 위장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인 '캄필로박터 제주니'(Campylobacter jejuni)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도시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조류가 인간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서식하는 조류보다 훨씬 더 많은 C.제주니 균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도시에 서식하는 종에서 발견된 균주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약 3배나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야생조류가 다양한 방법으로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령 갈매기와 까마귀는 매립지에서, 오리와 거위는 폐수로 오염된 강이나 호수에서 내성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셰퍼드 교수는 야생조류가 인간이 섭취하는 가금류 등에 내성균을 전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다나 기포드 박사는 "도시 조류에서 인간으로의 직접 전염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가금류에서 인간으로의 전염은 분명히 기록돼있다"며 "농경지가 개발되고 도시 조류와 가금류 사이의 접촉이 증가하면 먹이사슬을 통한 간접적인 전염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국 생태수문학센터의 앤드류 싱어 박사는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새들이 병원균과 AMR이 풍부한 매립지, 폐수처리장, 동물의 배설물 더미에 모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처리되지 않은 하수를 강으로 배출하는 관행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