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호주의 산호초 군락지인 대보초 인근 해역의 수온이 400년만에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하면서 산호가 소멸위기에 근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벤저민 헨리 교수연구팀은 올 1~3월 세계 최대 산호 군락인 호주 대보초 해역의 수온이 1900년 이전 평균치에 비해 1.73℃ 높았고, 이는 적어도 407년 안에 가장 높은 온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대보초 산호의 골격 표본을 채취해 화학적 구성 변화를 토대로 1618~1995년 대보초 해역의 수온 변화를 측정했다. 산호는 환경조건만 맞으면 수백년을 넘게 살 정도로 수명이 길다. 이 데이터에 1900~2024년 인간이 직접 해수온도 측정기기를 활용해 얻어낸 수온기록을 결합했다. 이를 기반으로 산호가 수온상승으로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주로 발생하는 1~3월의 온도 추이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1618~1900년 중반까지 대보초 해역의 해수온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1960~2024년 인간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본격화되면서 1~3월 해수온도는 10년에 0.12℃ 꼴로 지속적으로 늘었고, 1998년부터 대보초에서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백화현상은 산호가 하얀 골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산호에 색상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작은 조류(藻類)가 수온 상승으로 떠나거나 죽으면 나타난다. 보통 산호 덮개의 10% 이상이 표백될 경우 백화현상으로 규정한다. 백화현상이 일어나도 산호는 일정 기간 생존하지만 지속되면 성장이 더뎌지고 질병에 취약해져 결국 폐사하게 된다. 대량 폐사 전에 수온이 내려가야 수생생물들이 돌아와 산호들이 살아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백화현상은 해수온도 상승으로 점차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 대보초에서 처음 벌어진 대규모 백화현상은 2002년에 또다시 발생한 뒤 한동안 잠잠했지만, 이후 2016년, 2017년, 2020년, 2022년에 이어 올 3월에도 벌어지는 등 지난 10년새 5번이나 벌어졌다. 1900년대 이전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2016~2024년 대보초 해역의 1~3월 수온 상승폭은 1.5℃에서 1.73℃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가 약속한대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하더라도 전세계 산호의 70~90%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생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호 군락이 형성한 산호초는 '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릴 정도로 생태적 가치가 크다. 바다 생물의 4분의 1가량이 산호초에 기대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산호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산소를 만들어 기후위기 대응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산호초와 연관된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수천만명에 달해 경제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연구에 참여한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오브 회그 굴드버그 교수는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에 7일(현지시간) 기고한 글에서 "호주 대보초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호주 대보초 뿐 아니라 다른 전세계 산호 생태계도 위험에 처해있어 1.5℃ 목표에 따른 탄소저감 목표는 최소한의 조처로, 반드시 이행돼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 7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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