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해 페트(PET)병의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가 오히려 재활용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음료업계는 오는 11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규제화를 앞두고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페트병 경량화를 적용하는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22년부터 생수 '아이시스8.0' 200ml와 300ml 페트병 무게를 10.5g에서 9.4g으로 약 10% 줄인데 이어, 13.1g이던 아이시스 500ml 제품의 무게도 다시한번 11.6g으로 줄였다. 첫 출시 당시 22g에서 47.3% 경량화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오늘의 차'를 비롯해 '레쓰비 그란데' 등 음료수 14종의 페트병 무게도 28g에서 24g으로 약 14% 줄인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생수병을 비롯해 품질과 안정성을 지키는 선에서 경량화된 음료제품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이미 경량화된 제품의 무게도 더 줄여나갈 수 있도록 계속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HK이노엔도 올 4월에 '헛개수', '새싹보리' 등 음료 제품의 페트 무게를 10% 줄였고, 동아오츠카도 페트병 경량화를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지난 3월 창립 45주년을 맞아 페트병 경량화를 선언한 바 있다"면서 "연내 페트용기를 경량화시킨 음료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페트병 경량화는 10년전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돼왔다. 2013년 11월 환경부는 삼다수, 풀무원, 롯데칠성, 하이트진로, 동원F&B 등 6개 주요 생수업체들과 플라스틱 사용량을 30% 줄이기 위한 '생수병 경량화 실천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연간 7030톤을 줄이겠다는 목표였다.
이후 관련 음료업체들은 페트병 경량화를 꾸준히 추진해왔고, 현재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경량화 품목을 더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시행되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하지만 페트병을 지나치게 경량화하면 물리적 재활용을 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잘게 파쇄시킨 페트병을 물에 담가 '비중선별'을 하는 과정에서 페트가 너무 가벼우면 물에 가라앉지 않고 뜨기 때문에 이물질로 간주돼 버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김포의 페트병 재활용업체 씨케이의 권두영 대표는 "최근 페트병들이 경량화 추세로 점차 얇아지고 있는데, 페트병이 얇아질수록 재활용 처리과정에서 다른 재질과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너무 가벼워서 물에 떠오른 페트 조각들은 다른 재질과 함께 걸러지게 돼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된다"고 말했다. 재활용되어야 할 페트가 폐기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양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우려가 있지만 음료업계는 경량화가 본질적으로 플라스틱 저감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라벨을 없애는 방식으로도 경량화를 하기 때문에 재활용 과정을 이물질을 걸려내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면서 "롯데칠성음료는 2010년부터 페트병 경량화를 추진한 결과 지난 2023년 플라스틱 사용량이 2010년과 비교해 8565톤 줄었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경량화가 재활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에 경량화지수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경량화가 페트병 재활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손실률이 유의미한 비중이 아니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원천적으로 저감하는 '경량화'를 활성화하는 방침에 반대하는 재활용업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음료업체들에게 페트병 경량화를 권고하는 정책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만 경량화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인다고 해도 플라스틱 오염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재활용 시장도 활성화할 필요성가 있다"며 "현재 재생원료 투입비중을 3%에서 10%로 늘리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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