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곤충의 몸 색깔이 바뀌고 있다.
호주 시드니맥쿼리대학의 행동생태학자 마리엘라 허버스타인이 이끄는 연구팀은 온도로 인해 바뀌는 곤충의 색이 바뀌고 있으며, 이는 짝짓기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허버스타인 박사는 "색의 변화는 곤충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겠지만, 짝을 찾는 데 필요한 식별 색상을 잃어버려 짝짓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자들 사이에서 지배적인 이론은 기온이 올라가면 곤충이 색을 조절하는 멜라닌 색소가 줄면서 몸색이 점점 더 옅어지고 밝아진다. 어두운 색은 더 많은 열을 흡수해서 더 빨리 가열되는 반면, 밝은 색은 더 많은 방사선을 반사해서 보다 오랫동안 차갑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북미 산맥에 서식하는 종인 '미드유황나비'의 날개 색깔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희미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 두점박이 무당벌레는 빨간 점이 있는 검은색보다 검은 점이 있는 빨간색 개체가 늘어났다. 아북극잎벌레의 등에 있는 검은 반점도 봄 기온이 올라가면서 사라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같은 변화 패턴이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버스타인 박사연구팀이 1953년과 2013년 사이에 박물관 샘플로 수집된 800마리 이상의 미드유황나비를 조사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옅은 노란색 날개가 더 진하고 어두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고지대에 서식하는 대벌레의 한 종은 더 푸르고 어두워졌다.
연구 저자 중 1명인 톤모이 하크 맥쿼리대학 박사과정학생은 "해당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제한된 데이터로 연구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수집된 데이터의 대부분이 비슷한 장소에 있는 유사한 곤충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연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멜라닌은 열과 관련된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면역 방어에 관여하고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돕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색은 짝을 끌어들이고, 포식자나 먹이로부터 위장하고, 서로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데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기온 상승으로 인해 바뀔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허버스타인 박사는 "인간이 곤충의 번식, 생존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대학의 통합생물학자인 마이클 무어는 이 난제를 푸는 것이 곤충이 기후붕괴를 견디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어 박사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2021년 수컷 잠자리가 기후가 더운 환경에서 날개 색상을 잃는 것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 연구중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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