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크레딧' 거래량 1년새 '2배'...세계은행까지 뛰어들었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7-15 08:00:03
  • -
  • +
  • 인쇄
폐플라스틱 수거-재활용한만큼 크레딧 발급
발급된 크레딧 사고파는 거래량 '쑥쑥' 성장
▲플라스틱 크레딧 거래 플랫폼 PCX에 올라와 있는 플라스틱 크레딧 상품들. 상품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PCX) 


탄소저감 실적을 사고파는 '탄소크레딧'처럼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재활용한 실적을 사고파는 '플라스틱 크레딧'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11월 부산에서 최종안이 채택될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앞두고 '플라스틱 크레딧'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크레딧' 시장은 지난 2019년 필리핀에서 플라스틱 크레딧 거래플랫폼 'PCX'가 설립된 이듬해부터 2022년까지만 해도 거래량이 연간 1만톤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3년에 거래량이 1만9244톤으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어오르더니 올 1월~4월까지 거래량이 지난해 거래량을 훌쩍 넘어선 2만4008톤에 이르렀다.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연말까지 거래량은 지난해의 서너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플라스틱 크레딧'은 재활용 원료의 품질과 지역사회 기여도 등에 따라 폐기물 1톤당 100~8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 4월까지 거래량 2만4008톤인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형성된 시장규모는 최대 1920만달러에 달한다. 연말까지 이 규모가 서너배 커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플라스틱 크레딧'은 전지구의 골칫거리인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하고 재활용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재활용하면 이를 입증하는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2013년 브라질 비영리단체 비브리오(BVRIO)가 처음 이 개념을 제시했지만 별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PCX 플랫폼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거래가 시작됐다. PCX는 전세계 유일한 플라스틱 크레딧 거래플랫폼이다.

최근 1년 사이에 플라스틱 크레딧 거래시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영향이 가장 크다. 175개국이 참여하는 이 국제규제가 확정되면 법적구속력이 생기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위반하면 민사상은 물론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협약의 핵심적인 내용은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도 있지만 플라스틱 생애 전주기 관리가 포함돼 있다. 즉 생산한 플라스틱에 대한 폐기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고 포장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은 '플라스틱 크레딧'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에 나설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당장 모든 제품의 플라스틱을 다른 소재나 재생원료로 대체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슬레와 펩시코, 벤틀리,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플라스틱 크레딧을 구매하고 있다.

플라스틱 크레딧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수거·재활용을 통해 크레딧을 창출하는 프로젝트들도 봇물처럼 늘어나고 있다. 현재 '플라스틱 크레딧' 인증서를 발급하는 PCX와 베라, 엠파워, 제로플라스틱오션, 비브리오, 리퍼포스 등 6개사에 등록된 프로젝트는 수백개에 이른다. 일례로 베라는 총 81개 업체가 95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PCX는 지난해 15개 업체가 28개 프로젝트를 등록했다.

여기에 올 2월 세계은행까지 합세했다. 세계은행은 7년 만기의 1억달러 규모 '플라스틱 크레딧' 연계 채권을 발행했다. 투자자들에게는 매년 1.75% 이자와 함께 향후 '플라스틱 크레딧' 발급량에 따른 추가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세계은행은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가나와 인도네시아의 플라스틱 수거와 재활용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투입할 예정이다. 10년간 플라스틱 폐기물 약 23만톤을 수거하고 이 가운데 18만톤을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실적을 '플라스틱 크레딧'으로 만들어 플라스틱 저감 실적이 필요한 기업에 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플라스틱 크레딧' 판매수익금은 플라스틱 수거와 재활용을 고도화하는데 다시 투입한다.

미국 기후테크 지주사이면서 한국에 거점을 두고 ABC도 '플라스틱 크레딧' 프로젝트 '리플'(RePL)을 진행하고 있다. ABC는 리플을 통해 8만4000톤 분량의 플라스틱 크레딧을 베라를 통해 발급받을 예정이다. 이 회사의 권오정 지속가능혁신팀 리더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최종성안이 나오면 기업들은 플라스틱 대체소재를 개발하거나 폐기물을 수거·재활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 플라스틱 크레딧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시장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상쇄를 위한 '플라스틱 크레딧'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시장이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다. 하지만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물이 많은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재활용 인프라가 미흡한 상태이므로 크레딧에 대한 수요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 전망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은 208.3kg으로 세계 1위다.

권오정 팀리더는 "앞으로 4개월 후에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최종성안이 채택될 것이므로 플라스틱 저감에 대한 대책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면서 "플라스틱 저감을 비용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커지는 작물...당 함량 높지만 영양소는 부족해져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작물이 크게 자라면서 당함량은 높아지지만 영양성분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농

울릉도에 200㎜ '물폭탄'...도로 곳곳에 낙석 피해

간밤에 울릉도에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낙석, 둑 붕괴 등 피해가 났다.14일 울릉군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경북 울릉에 많은 비가 내렸다. 13

129명 숨진 美텍사스 홍수지역에 또 폭우...추가 침수 우려

이달초 대홍수로 129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텍사스 중부지역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지난번 폭우로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수색도 전면

[날씨] 열대 수증기가 몰려온다...이번주 내내 '강한 비'

열대 수증기를 품은 거대한 저기압이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어 곳곳에 '물폭탄'이 예상된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을 층층이 덮고 있던 고

또 물에 잠긴 파키스탄...폭우에 빙하 녹은 물까지 덮쳤다

몬순(우기)를 맞은 파키스탄에 이상고온으로 빙하까지 녹아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은 1

40℃로 치솟는 英..."이 추세면 2070년대 폭염 사망자 3만명" 경고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2070년대에 연간 3만명 넘는 사람들이 폭염에 의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10일(현지시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