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순환금융' 28배 커졌는데...국내 금융권은 '강건너 불구경'?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7-11 07:34:17
  • -
  • +
  • 인쇄
4대 시중은행 '순환금융' 관련상품 '전무'
순환경제 필요한 '투자자금' 어디서 조달?

순환경제 달성에 필요한 자금줄 역할을 하는 '순환금융'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는 첫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11일 뉴스트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순환금융' 관련 금융상품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앞으로 출시할 계획이 있는 상품조차 없다. 이는 기업이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전무하다는 의미다. 신한금융이 유일하게 자원순환 기업을 대상으로 친환경 대출·펀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폐기물 저감이 아닌 탄소저감 성과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순환금융'은 폐기물을 자원화하기 위한 기술의 연구개발(R&D)을 비롯해 폐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 폐자원을 재활용 가능 자원으로 가공하기 위한 공정설비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상품을 말한다.

전세계 순환금융 시장은 기후금융, 자연금융과 더불어 관련 금융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앨런맥아더재단에 따르면 2019년 3억달러 규모였던 '순환경제 주식투자형 펀드' 상품은 2021년 95억달러로 3년 사이에 28배 증가했다.

영국 테스코는 폐기물 저감성과를 이자율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프랑스의 BNP파리바로부터 2020년 25억파운드의 지속가능연계대출(SLL)을 받았다. 블랙록은 자원순환 주식형 펀드를 출시해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 사용을 약속한 아디다스 등 순환경제 전환에 성공한 기업 위주로 투자했고, 로레알은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의 50%를 재생원료로 사용할 것을 전제로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세계 금융시장이 '순환경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45%가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폐자원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게다가 플라스틱 국제규제를 비롯해 각 나라별 재생원료 의무화 등 전세계적으로 자원순환과 관련된 규제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자원순환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제 기업은 자원 재순환율을 높이지 않으면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뿐더러, 글로벌 무대에서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국내 금융지주들은 '순환금융' 관련상품을 전혀 출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가 아직 완전하게 자리잡은 것이 아니다보니 순환경제 관련 상품을 출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녹색분류체계는 친환경 산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금융, 세제 지원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편성된 틀로, 아직 채권에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여신이나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에 적용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게 금융권의 얘기다.

순환경제 관련규제가 미비한 것도 순환금융 상품출시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환경부는 페트(PET) 원료를 1만톤 이상 생산하는 업체에게 재생페트 원료를 3% 이상 생산하도록 하는 '재활용 지침'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침은 원료기업에게만 부과되는 '권고'일 뿐 강제성이 전혀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순환금융 수요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상품을 기획해서 내놓는 것은 쉽지않다"면서 "현재로선 중심현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K-택소노미나 규제 미비를 핑계로 순환금융 시장조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내 금융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종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순환경제 시장이 열리지 않아 기회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글로벌 순환금융 시장을 활용하면 된다"면서 "자원순환 실적과 연계된 펀드에 투자하거나, 플라스틱 크레딧 거래시장에 들어가면 순환금융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올해말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맺어지면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재활용·재사용 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서 "그러면 규제가 강화돼 기업들은 순환경제 기술과 설비투자에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금융권도 이 수요에 대응해 빨리 순환금융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셀트리온제약 임직원, 청주 미호강서 플로깅 캠페인 진행

셀트리온제약은 28일 충북 청주 미호강에서 플로깅(Plogging) 캠페인 '셀로킹 데이(CELLogging Day)'를 진행했다고 밝혔다.플로깅은 '이삭을 줍다' 뜻의 스웨덴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자사주 없애기 시작한 LG...8개 상장사 "기업가치 높이겠다"

LG그룹 8개 계열사가 자사주 소각, 추가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LG그룹은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확대 나선다

쿠팡이 중증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을 확대한다.쿠팡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중증장애인 e스포츠 직무모델 개발과 고용 활성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LG전자 신임 CEO에 류재철 사장...가전R&D서 잔뼈 굵은 경영자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하고 신임 CEO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이 선임됐다.LG전자는 2026년 임원인사에서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이끈

기후/환경

+

'CCU 메가프로젝트' 보령·포항만 예타 통과...5년간 3806억 투입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탄소포집·활용(CCU) 실증사업 부지 5곳 가운데 2곳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쓰레기 시멘트' 논란 18년만에...정부, 시멘트 안전성 조사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폐기물이 활용됨에 따라, 정부가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멘트 안전성 조사에 착수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단체,

해변 미세플라스틱 농도 태풍 후 40배 늘었다...원인은?

폭염이나 홍수같은 기후재난이 미세플라스틱을 더 퍼트리면서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27일(현지시간) 프랭크 켈리 영국 임페리얼 칼리

잠기고 무너지고...인니 수마트라 홍수와 산사태로 '아비규환'

몬순에 접어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들이 홍수와 산사태로 역대급 피해가 발생했다.28일(현지시간) 가디언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마트라섬에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주말날씨] 11월 마지막날 '온화'...12월 되면 '기온 뚝'

11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는 비교적 온화하겠다. 일부 지역에는 비나 서리가 내려 새벽 빙판이나 살얼음을 조심해야겠다.오는 29∼30일에는 우리나라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