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산불 서로 부추기는 '되먹임' 우려
기후위기로 전세계 '극한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20년 사이에 2배 넘게 늘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칼럼 커닝엄 박사 연구팀이 최근 2003~2023년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사진 자료를 토대로 전세계에서 벌어진 3000만건의 산불을 조사한 결과, 규모면에서 상위 0.01%에 속하는 '극한산불'은 2913건으로, 빈도는 2.2배가량 증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극한산불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9~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반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한반도 면적의 85%인 1860만헥타르(ha)의 숲을 불태운 '검은 여름'이다. '검은 여름' 당시 호주에서는 173명이 숨졌고, 척추동물만 30억마리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극한산불 건수가 가장 많았던 연도는 대부분 2017년 이후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한산불은 빈도뿐 아니라 강도도 세지고 있다. 연구팀이 극한산불이 뿜어낸 일평균 열복사에너지를 측정한 결과, 2003년 1월 1일 5만6364메가와트(MW)에서 2023년 1월 1일 12만8620MW로 2.3배가량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극한산불이 세력을 확장하는 이유로 기후위기를 지목했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1.48℃ 상승하면서 대기, 토양 등이 건조해지고 있고, 전세계 식생이 불쏘시개처럼 발화하거나 연소하기 용이한 조건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산불이 발생하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면서 다시 기후위기를 부추기를 '되먹임' 현상도 문제다. 20년 사이에 극한산불이 11배 증가한 미국과 캐나다 서부의 온대 침엽수림은 면적이 넓은데다 밀도까지 높다보니 산불과 산불이 겹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에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북미와 러시아 아한대 지역의 냉대림에서 발생한 극한산불은 7.3배 늘어났는데, 영구동토층이 불타면 온실가스는 가장 많이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커닝엄 박사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북방 냉대림과 같이 탄소가 풍부한 생태계에서 산불이 극렬하게 타오르면서 되먹임 현상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Evolution) 24일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