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ESG풍향계] 'ESG 소송' 본격화된다

최남수 서정대 교수 / 기사승인 : 2024-06-21 09:39:30
  • -
  • +
  • 인쇄

현재 글로벌 무대에서는 3개의 중요한 기후소송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현장은 미주(美洲)인권법원(IACHR)과 국제해양법법원(ILTOS), 그리고 국제사법재판소(ICJ)다. 이들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의 핵심 주제는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이 중 국제사법재판소는 내년 중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인데 그 결과가 유엔 회원국들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앞서 ILTOS는 지난달 말 바다에 흡수된 온실가스가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해양 환경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IACHR이 연말쯤 판결을 내놓으면 20개 중남미 국가들이 자국법을 판결에 맞춰 연쇄적으로 개정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겨냥한 소송전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 대법원은 최근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정책이 부족하다며 12개월 안에 이를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또 유럽 최고법원인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고령자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고 소송을 제기한 여성단체에 8만유로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비슷한 맥락의 판결이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도 나왔다. 지난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은 정부의 탄소감축 계획치 17%가 충분하지 않다며 2020년까지 1990년대보다 25% 이상 줄이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까지 석탄생산 공장 폐쇄, 2030년까지 석탄발전의 단계적 축소 등 조치를 내놓았다. 독일에서는 2020년 2월 젊은 환경활동가들이 독일의 탄소감축 목표치가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지 않다며 독일 기후보호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독일 헌재는 이를 받아들며 위헌 판결을 내고 정부가 2022년 말까지 기후보호법을 개정하라고 명령했다. 독일 정부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탄소중립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기고 1990년대 대비 탄소감축 목표도 종전의 55%에서 65%로 크게 올렸다.

이같은 소송전은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정부의 현행 기후변화대응 정책이 파리기후협약에 부합되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위헌 소송이 지난 2020년 4월 제기된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 변론이 올 4월에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청구인 측은 탄소중립기본법과 국가기본계획 등이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등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 등을 고려하면 감축폭이 큰 편이라는 현실론을 내세웠다. 헌재가 향후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릴지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향방이 갈리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기후소송은 이처럼 정부 정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네덜란드 환경단체인 밀리유데펜시가 2019년 4월 글로벌 정유기업인 셸이 기후변화 대응을 회피하면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헤이그 지방법원에 낸 소송이다. 역사적인 판결이 2021년 5월에 나왔다. 법원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셸의 이익보다 중요하다"며 셸이 2030년까지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이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은 법원이 민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개입한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미국에서도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 소송이 1000여건 이상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친환경 경영을 한다고 공시하고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그린워싱 이슈이다. 현재 주정부나 지방 정부들이 미국 석유기업들을 상대로 10여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매샤추세츠주 법무장관은 한 글로법 석유기업이 기후리스크를 공시하지 않음으로써 투자자와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며 소 제기를 했다.

ESG 관련 소송은 환경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사회(S) 이슈에서도 법적공방이 이뤄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 중 미국에서는 주로 보건이 문제가 돼 4000건이 넘는 소송이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됐다. 직장에서의 성 및 인종 차별도 자주 나오는 법적 분쟁 이슈다.

ESG 소송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무엇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향적 정책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업에 대해서는 그린워싱을 억제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랜썸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보면 소송 제기나 패소 등 기업에 불리한 뉴스는 기업가치를 평균 0.41%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 등 화석연료 기업은 소 제기가 있으면 기업가치가 0.57%, 그리고 패소하면 1.5% 하락했다.

ESG 소송은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탄립중립을 법제화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법이 ESG에 개입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더이코노미스트지는 "성공이 성공을 낳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2021년에 미국 이외 지역에서 제기된 기후소송의 승소율이 58%에 이르다보니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 등 ESG 단체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기후변화 대응 등에 정치권에 느리게 움직여온 결과 '싸움의 장'을 법원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법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 최남수서정대 교수 nschoi@seojeong.ac.kr  다른기사보기
  • 현 서정대 교수/더이에스지연구원장/전 YTN 대표/ 전 MTN 대표

핫이슈

+

Video

+

ESG

+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기후/환경

+

"2035년 NDC 61.2% 정해야...산업 경쟁력 강화할 기회"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1.2%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5일 국회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성명을 통해 "20

환경부 '낙동강 녹조' 독성조사 착수...공기중 조류독소도 조사

환경부가 환경단체와 함께 낙동강 녹조 조사에 착수한다.환경부는 15일 오후부터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 녹조 심화지역에 대한 조류

국립공원 개구리 산란시기 18일 빨라졌다...기후변화 뚜렷한 징후

국내 서식하는 개구리들이 기후변화로 산란시기가 앞당겨진 것이 확인됐다.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내 산림과 무인도서에서 장기간 생

호주 시드니 3°C 오르면..."온열질환 사망자 450% 급증할 것"

지구 평균기온이 3℃ 상승하면 호주 시드니에서만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450%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15일(현지시간) 호주 기후청과 기후변화

美 온실가스 배출량 '깜깜이 국가' 되나...기업 의무보고 없앤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대형 시설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정책의 핵심자료였던 배출 데이터가 사라질 경

단비에 강릉 저수율 16.3%로 상승...아직 '가뭄의 끝' 아니다

이틀간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 하지만 가뭄이 해갈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15일 강릉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