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 동원해 피해국 대한 보상 서둘러야
최근 6개월 사이에 전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폭염 등 기후재난이 발생해 410억달러(약 56조5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들의 피해복구를 돕는 '손실 및 피해기금'은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여전히 잠자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손실 및 피해기금'을 포함한 COP28 결정사항의 이행을 돕는 부속기구회의에서 영국 자선단체 크리스천에이드는 '기후붕괴 2024'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 피해가 개발도상국에 집중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손실 및 피해기금'의 조속한 집행을 촉구했다. '손실 및 피해기금'은 지난해 11월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되면서 처음으로 재원이 형성됐다.
보고서에서는 최근 6개월 사이에 발생한 4건의 대규모 기후재난이 빚은 사상자를 언급했다. 올 4월 동남아시아와 인도 일대를 동시에 덮친 폭염은 미얀마에서 1500여명, 태국과 방글라데시, 인도에서 100여명을 숨지게 만들었다. 이어 올 5월 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폭우는 산사태와 홍수를 일으켜 559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 5월 브라질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169명이 숨졌고, 아랍에미리트(UAE)에는 올 4월 1년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면서 '돌발홍수'가 발생해 214명이 숨졌다. 4건의 기후재난으로 2539명이 사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도로와 다리 등 사회기반 인프라가 훼손되면서 41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보고서는 이 수치가 보험가입을 기반으로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인 규모라고 주장했다. 개발도상국보다 더 빈곤해서 보험 가입자가 거의 없는 저소득국가들의 피해규모는 아예 통계조차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피해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 일례로 파푸아뉴기니는 수주간의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2000여명이 매몰됐지만, 이번 집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보고서는 오는 13일까지 진행되는 COP28 부속기구회의에서 수세기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선진국들이 '손실 및 피해기금'이 운용가능하도록 조속히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연합(UN)은 2030년에 이르면 연간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 및 피해가 290억~580억달러(약 40조~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재까지 마련된 '손실 및 피해기금'은 6억달러(약 8270억원)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기후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의 무함마드 아도우 소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적고, 전력믹스의 90%가 재생에너지인 케냐에서만 폭우와 산사태로 1만2000마리의 가축이 죽고 수천에이커의 농경지가 파괴돼 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며 "기후불평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책임이 큰 북반구 국가들이 기후금융을 동원해 피해국들의 기후적응을 돕고 피해보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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